"법관 소명감 갖고 되돌아봐야" 지적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상범(45·사법연수원 34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최근 수리하고 이날 퇴직 인사 명령을 내렸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을 앞두고 현직 검사에 이어 부장판사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상범(45·사법연수원 34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최근 수리하고 이날 퇴직 인사 명령을 내렸다. 심재현(52·30기)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도 사표를 내 오는 11일자로 퇴직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에 퇴직해야 한다. 올해 4월 22대 총선의 경우 이달 11일이 퇴직 시한이다.
전 부장판사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영입 제안을 받고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부장판사 역시 퇴직 시한에 맞춰 사표가 수리되면서 총선 출마를 위한 사직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꼭 총선이 아니더라도 사직하는 판사 본인 뜻에 따라 개인 사정으로 퇴직 일자를 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20년 이상 법원에 근무했지만 이렇게 총선 시기에 맞춰 바로 사직하는 걸 본 적이 드물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당시 수원지법 부장판사) 의원과 최기상(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의원, 국민의힘 장동혁(당시 광주지법 부장판사) 의원이 공직자 사퇴 시한을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최근 이성윤(62·23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성식(59·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검사들도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상민(46·35기) 대전고검 검사는 국민의힘 입당과 함께 지난 9일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출마 공식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현직 검사 신분이지만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입후보에 관해 '사직원이 접수된 때'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1대 총선에 현직 경찰 신분으로 출마해 당선된 황운하 의원의 당선무효 소송 사건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황 의원의 의원직을 유지하는 판단을 내렸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새로 임명된 판사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
판검사가 퇴직 직후 바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맡고 있던 재판 중에 정당이나 선거 관련 사건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바로 퇴직해서 특정 정당을 선택해 출마하게 되면 결국 판사 재직 당시의 업무의 공정성에 의심받을 여지가 있다"며 "법관이라면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여지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20년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직 법관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기 위해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지만 회기를 넘겨 폐기됐다.
이 변호사는 "법관의 출마를 강제로 제한하는 건 공무담임권 침해의 여지가 있어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막는 것보다 법관 개개인이 소명감을 갖고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했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