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자 복직 위한 일시 대기발령...대법 "위법 아니다"
입력: 2024.01.04 14:59 / 수정: 2024.01.04 14:59

원직복직 원칙...임시 조치 상당성 인정
"출근 불응 기간 임금 지급 의무 없어"


2017년 9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차 비정규직·연대자에 대한 20억 손해배상판결 대법원 상고 기자회견에서 보복적 손해배상청구 피해자인 최병승(오른쪽 두번째) 현대자동차 조합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9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차 비정규직·연대자에 대한 20억 손해배상판결 대법원 상고 기자회견에서 보복적 손해배상청구 피해자인 최병승(오른쪽 두번째) 현대자동차 조합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부당해고 당한 근로자를 복직시키기 위해 기업이 대기발령 명령을 내린 것은 적법한 인사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4일 최병승(48) 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 씨는 지난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협력업체인 A 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자동차 조립업무를 맡았다. 이후 정규직화 투쟁을 벌이다 2005년 2월 출입증을 회수당하고 출입이 금지됐다.

최 씨는 2010년 7월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2012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을 통해 원직으로 복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에 현대차가 대기발령을 내리자 해고 무효 확인 소송과 해고 이후인 2005년~2016년 사이의 임금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측의 대기발령 처분은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밀린 임금 등을 계산해 총 8억4000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해고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유지했으나 가산금 지급 의무는 없다며 액수를 4억6000만여 원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사측이 부당해고 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해고 이후 복직 때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뤄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들을 고려해 근로자에게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최 씨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012년 10월경부터 철탑농성을 시작해 대기발령을 받고도 불응한 채 2013년 8월 8일까지 농성을 했다. 농성 이후 출근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측이 직무교육을 편성했음에도 출근하지 않았다"고 출근 불응 기간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날 이 사건과 쟁점이 유사한 오지환(52) 씨의 사건에서도 대기발령 조치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오 씨도 최 씨와 마찬가지로 현대차 사내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근무했다. 이후 금속노조 현대차아산공장사내 하청지회에서 활동하던 오 씨는 2002년 11월 유성기업으로 소속이 변경됐고, 2003년 해고됐다.

2005년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해 2015년 최종적으로 '불법 파견'이라는 판결을 받고 복직했으나 사측은 대기발령을 내렸다. 오 씨는 375일간 출근을 거부했고 현대차는 2016년 무단결근을 사유로 오 씨를 다시 해고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오 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배치대기 인사발령은 고용간주된 근로자인 오 씨를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절차를 이행하고, 직무교육 등을 통해 사업장 질서에 맞게 받아들였다"며 "(대기발령이)오 씨에게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부당해고된 대기발령이 모두 적법하다는 뜻은 아니다.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일 때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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