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일본인 모델?…대법 "명예훼손 아냐"
입력: 2023.11.30 12:26 / 수정: 2023.11.30 12:26

대법 "실제 모델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서울 등 지역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두고 일본인을 모델로 했다는 주장을 한 이들에 대해 대법원이 명예훼손이 아닌 의견 표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너머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서울 등 지역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두고 일본인을 모델로 했다는 주장을 한 이들에 대해 대법원이 명예훼손이 아닌 의견 표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너머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서울 등 지역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두고 일본인을 모델로 했다는 주장은 명예훼손이 아닌 의견 표명이라는 대법원 결론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30일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원과 김소연 변호사(전 대전시의원)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은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연구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상고를 기각하고, 김 변호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파기환송 판결했다.

부부 조각가인 두 사람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의뢰를 받아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이름의 조각상을 제작해 2016년 8월 일본 교토의 단바망간기념관에 설치했다. 양대 노총과 시민단체의 주도로 노동자상 설치 운동이 시작되면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부산, 대전, 제주 등 전국 곳곳에 노동자상이 세워졌다.

2019년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저자인 이 연구원은 "노동자상 모델이 1926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풀려난 일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씨 부부는 이 연구원의 허위 주장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2019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연구원은 "허위 사실을 주장한 것이 아닌 노동자상이 가지는 상징성에 대한 근거 있는 의문과 반론을 제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연구원 측은 "과거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강제징용 노동자 사진의 주인공이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인 점이 밝혀져 사진이 삭제된 적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의 발언은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김 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 재판부는 "조각상이 무엇을 본떠 만들어졌는지는 감상하는 사람의 평가의 영역"이라며 판단을 뒤집었다.

김 씨 부부는 2019년 8월 김 변호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시의원 시절 당시 "대전시청 앞 등에 설치된 헐벗고 깡마른 징용 노동자 모델은 우리 조상이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토목공사 현장에서 학대당한 일본인"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심 재판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노동자상 사진 속 주인공이 일본인으로 밝혀졌다는 기사가 여러 차례 실리는 등 일본인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김 변호사 승소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 연구원과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 적시가 아닌 비판적 의견 표명이나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동자상이 실제로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는 제3자로서 알 수 없고 진위를 증거로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법성 조각 여부에 대해서는 "피고로서는 위 발언 당시 그 내용(강제징용 노동자 사진이 일본인이었다는 내용 등)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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