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서다 목 다친 해군, 한 달 뒤 뇌경색 사망…법원 "공무상 재해"
입력: 2023.11.26 09:00 / 수정: 2023.11.26 09:00

당직 중 입은 외상→동맥박리→뇌경색
감정 결과 "동맥박리 원인, 외상 추정"
법원 "질병-공무 사이 인과관계 인정"


당직 근무 중 입은 외상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한 해군 원사에게 국방부가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당직 근무 중 입은 외상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사망한 해군 원사에게 국방부가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당직 근무 중 입은 외상에 따른 뇌경색으로 사망한 해군 원사에게 국방부가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사망한 해군원사 A씨의 배우자 B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지급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B씨의 손을 들어줬다.

1995년 해군 하사로 임관해 해군 제2함대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2월 9일 당직 근무 중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잡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충격을 받은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A씨는 손가락 저림 등 증세를 보였고 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낫지 않았다. 2020년 2월 29일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 뇌경색증, 폐색성 수두증 진단으로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같은 해 3월 14일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뇌부종, 소뇌경색, 척추동맥박리 등이었다. B씨는 A씨가 공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며 유족연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국방부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사망이 공무수행 중에 발생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군인재해보상심의회 의결에 따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B씨는 군인재해보상연금 재심위원회에 재심사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병원의 주치의, 전원된 병원의 진단서 등과 함께 진료기록 감정을 촉탁한 결과를 토대로 유족연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진료감정 촉탁 결과 뇌경색 원인은 동맥박리인데, 가벼운 외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동맥질환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A씨가 입은 외상이 더 중요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결과도 있었다.

A씨는 당직 근무 중에 입은 외상으로 동맥박리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뇌경색이 사망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와 질병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A씨가 사고 이후 급격하게 목 부위 통증을 호소한 점 △새벽 당직 근무 중 계단을 내려가던 중 발생한 것으로 머리와 목 부위에 상당한 외부 충격이 가해진 점 △매월 상당한 시간 초과근무를 수행했고, 사고 당시 당직 근무로 피로한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질병과 공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순직유족급여 지급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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