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만세"…일본 상대 손배소 2심 승소
입력: 2023.11.23 16:39 / 수정: 2023.11.23 16:39

"타국 피해자 대한 불법행위, 국가면제권 해당 안 돼"
민변 "불법행위한 국가 주권 존중할 의무 없음 인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1심 패소 취소 판결 뒤 법원을 나서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1심 패소 취소 판결 뒤 법원을 나서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감사드립니다."(이용수 할머니)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구회근·황성미·허익수 판사)는 23일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각하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소가는 21억1600만여 원이다.

◆ 1심 "국가면제권 인정"→2심 "절대적 면제 해당 안 돼"

법원은 △대한민국 법원의 피고(일본)에 대한 재판권 △대한민국의 국제재판관할권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및 범위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법정지국(사건 관할 법원이 있는 나라) 영토 내에서 그 법정지국 국민에 대해 발생한 불법 행위는 그 행위가 주관적 행위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 관습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피고 일본 정부의 불법 행위는 외국의 행위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절대적 면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국가면제 원칙을 내세워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한 1심과 달라진 판단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놓고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 관습법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 파악했다"며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그 법정지국 국민에 대해 발생한 불법행위에 관한 국가면제 인정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용수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두 팔 벌려 만세를 외쳤다. 그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따로 할 말이 없다"며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감사를 드린다"고 기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1심 패소 취소 판결 뒤 법원을 나서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1심 패소 취소 판결 뒤 법원을 나서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연 "인간의 존엄이 국가면제권보다 앞선다는 선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응 TF는 선고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은 일본국의 법적 책임을 명백히 인정했을 뿐 아니라 진정한 국제법 존중주의, 국제평화주의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초석이 될 판결로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국가면제란 대등한 주체 간에는 상호권한이나 사법적 관할권을 갖지 않는다는 법리에 기초하는데 이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국가 주권에 대한 상호인정이라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주권을 부정하고 침략 전쟁 내지 식민지 동원 과정을 통해 불법행위를 한 외국의 주권까지 존중하고 준수할 의무가 있지 않음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다른 구제수단이 없고, 일본이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것과 같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합의에 따라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님을 함께 확인하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도 기자회견에서 "인간으로서 존엄 가치가 재판 청구권, 국가면제권보다 앞선다는 명쾌한 선언"이라며 "판 진행 동안 원고 중 상당수 운명 달리해 이제 1명 뿐이다. 한국 정부도 판결 이행 위해 적극 나서고 피해자 모욕하는 세력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곽예남 할머니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은 지난 2016년 12월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인당 위자료 2억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2021년 4월 1심은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1심 재판부는 "다른 나라인 일본을 상대로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국제 관습과 대법원 법리에 따라 허용될 수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같은 해 1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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