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총수 위해 자본시장 근간 훼손"
"주주 권한 남용·정보 비대칭 악용"
오후 재판서 이재용 최후진술 예정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이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각각 4년 6개월과 벌금 5억 원, 이왕익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과 벌금 3억 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을 구형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징역형의 선고와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약 1시간 40분 동안 구형 의견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안경을 벗고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며 검찰의 의견을 들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합병은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또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회사 차원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관여했다고 본다. 합병 비율에 따라 약 4조 원의 차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산해 이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서예원 기자 |
이날 검찰은 합병 조건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9~15배 불리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를 빼앗아서 자신의 주가를 높인 상황에서 결정된 합병 비율"이라며 "합병 비율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 명백한 배임"이라고도 했다.
이어 "합병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합병의 필요성을 삼성 이사회가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합병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 3명은 합병 비율 적정성에 대한 자료를 못 받아서 검토하지 못했고, 합병 비율과 시너지 등이 실질적으로 검토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종 의견에서 검찰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고 각종 위법이 동원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에서는 우리 사회가 시장지배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경제 민주화를 지향한다고 선언한다"며 "자본시장법은 헌법 정신을 구체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는데 피고인들은 총수의 사익을 위해 주주의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을 악용,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 기업 조직 개편과 회계 기준점으로 작용될 것"이라며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도약하길 바라며 재판부가 치우침 없이 실체를 살펴봐 달라"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39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 회장은 3년 2개월 만의 결심공판에 출석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답변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오후 재판에서는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최후변론과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이어질 예정이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