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가볍지 않지만 해고는 징계재량권 일탈"
직원 인사관리에 사용되는 다면평가 결과를 무단 열람한 뒤 상사에게 전달한 직원의 해고 처분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인사관리에 사용되는 다면평가 결과를 무단 열람한 뒤 상사에게 전달한 직원의 해고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경기아트센터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9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경기아트센터 정보보안 담당자 A씨는 지난 2019년 인사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직원 51명의 다면평가 결과를 무단으로 열람한 뒤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센터 본부장에게 전달했다. A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1,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돼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센터는 1심 판결 후 징계절차를 개시했고,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무단 열람 및 전송‧직무상 의무 위반‧유출 관련자 자진신고 지시 위반' 세 가지 징계사유로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위원회는 첫 번째 징계사유인 무단 열람 및 전송을 제외한 나머지 징계사유는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A씨의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센터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돼 소송을 제기했다.
센터는 "A씨가 직원들의 다면평가 자료를 임의로 유출한 행위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A씨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돼야 하고 해고의 징계양정도 과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센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첫 번째 징계사유만 인정하고 나머지 사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비위행위의 정상이 가볍지는 않지만 일반 직원들도 허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프로그램 보안이 허술해 근본적 책임을 오로지 A씨에게만 돌리기 어렵다"며 "A씨가 정보 유출 가능성을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직무상 의무 위반이라 볼 수 없고 센터가 내부 공지한 내용은 자진신고를 요청한 것일 뿐 지시했다고 보기 어려워 A씨의 자진신고 의무 불이행으로 징계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사유가 있는 경우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A씨의 비위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해고될 정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해고는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고,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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