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외압 느꼈다"…'이규원 수사' 지청장 2심도 증언 일관
입력: 2023.11.03 00:00 / 수정: 2023.11.03 00:00

"대검 과장에게 '보고 안 받은 걸로' 전화받아"
1심 "수사 중단 원인은 이성윤 아닌 윤대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이규원 검사 수사를 맡았던 전 지청장이 대검찰청의 수사 외압이 느껴졌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진은 이 검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남용희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이규원 검사 수사를 맡았던 전 지청장이 "대검찰청의 수사 외압이 느껴졌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진은 이 검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이규원 검사를 수사했던 전 지청장이 2심에서도 "대검찰청의 수사 외압을 느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2일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안승훈 최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이성윤 전 고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 수사를 중단하도록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는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에 허위 사건번호를 기재하는 등 위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 전 지청장은 애초 법무부와 대검에서 이첩받은 사전정보누설 혐의를 수사하던 중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상당히 많다'는 걸 알았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이 검사의 긴급 출국금지 처분 과정에서의 문제점, 향후 처리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대검에 올려 보냈다고 한다.

이 전 지청장은 대검에서 수사를 승인하면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뜻밖의 인물에게서 연락이 왔다. 김형근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이 지청장에게 직접 연락해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하라', '상황 잘 알지 않느냐', '보고 안 받은 걸로 알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전 지청장은 "대검 선임연구관도, 반부패강력부장도 아닌 과장이 (지청장에게) 직접 연락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보고 시) 대검에서 오는 연락은 주로 승인하라거나 보완·이첩하라는 것인데 그런 취지('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하라' 등)로 이야기하는 걸 보고 대검에서는 이 사건을 덮으려 하는구나 생각했다"라고 증언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출국금지 관련 서류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5차 속행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2.01.21. bjko@newsis.com/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출국금지 관련 서류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5차 속행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2.01.21. bjko@newsis.com/뉴시스

이후 애초 이첩받은 사안에 대한 최종 수사 보고서를 대검에 보내자 이 검사에 대한 처분을 추가해 달라는 피드백이 왔다고 한다. 이 전 지청장은 "수사 의뢰된 부분만 결론내고 나머지 부분은 보류하기로 했으니 아예 보고서 자체에 넣지 않으려 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추가로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그때 증거와 기록을 첨부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이 검사에 대한 처분을) 넣으라 하니 도대체 일선청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책임을 모두 일선청에 넘기려고 하는구나 싶었다"라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어 "(대검 지시를) 반대하자니 사건 처리가 안돼 어쩔 수 없이 대검 요구대로 하자고 승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지청장은 또 이 같은 대검 요구사항에 "수사를 종결하라는 약간의 외압으로 느껴졌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지청장의 기억과 입장은 1심 재판에서의 증언과 비슷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안양지청의 수사 중단은 이 전 고검장의 외압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전 지청장에 따르면 윤 전 국장은 2019년 6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규원 수사하지 말랬는데 왜 계속 조사하냐', '장관이 왜 이런 거 수사하냐고 나한테 뭐라고 한다. 차라리 나를 입건하라' 등의 말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전 고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안양지청에서 이 검사에 대한 수사 진행을 하지 못한 건 피고인 외에 윤 전 국장의 전화, 대검과 안양지청 사이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가 중단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윤 전 국장은 지난해 10월 이 전 고검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변호인의 위증 경고에도 이 같은 발언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지청장에게 전화한 김 전 대검 과장도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보고 체계상 문제를 제기했을 뿐 수사 중단 압력성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자신은 이 전 지청장의 하급자이자 대학 후배로서 압력을 넣을 위치도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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