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의혹' 첫 재판…검사가 울먹인 이유는
입력: 2023.11.01 20:33 / 수정: 2023.11.01 20:33

검찰, 어민 북송 과정 설명하며 울먹
재판부 "방청석 말고 법대 보고 말해"


이른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 인사들의 첫 정식 재판에서 검찰이 탈북어민 송환 과정을 설명하며 눈물을 보였다. 2022년 7월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국회 요구자료로 ‘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른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 인사들의 첫 정식 재판에서 검찰이 탈북어민 송환 과정을 설명하며 눈물을 보였다. 2022년 7월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국회 요구자료로 ‘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이른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의 첫 정식 재판에서 검사가 눈물을 보였다. 피고인들은 흉악범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허경무·김정곤·김미경 부장판사)는 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 재판은 지난 4월 공판준비기일이 시작됐으나 열람등사 등의 문제로 양측이 대립하면서 약 6개월간 지연됐다.

이날 검찰은 2시간 동안 공소요지를 진술했다. 검찰은 "법령 근거로 찾을 수 없는 귀순 의사 진정성을 요건으로 내세워 단기간의 행정조사인 합동정보조사만으로 요건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고 북에 신병을 인계해 생명권을 침해했다"며 "피해를 회복할 수 없게 한 직권남용 행위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방청석을 바라보며 공소요지 진술을 마무리하던 중 "탈북어민이 강제북송되고 난 뒤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적이 없다. 지금은 아마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유엔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이고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어민들을 케이블 타이에 묶어 북송하는 것이 적법하고 정당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재판부는 검사에게 "다음부터 말씀하실 때는 법대를 봐주시고 말씀해달라"며 "방청석을 보면서 말씀하는 것은 법정에서 진행되는 변론으로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방청객을 의식하며 말한 것으로 보고 지적하는 취지다.

2022년 7월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국회 요구자료로 ‘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2022년 7월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국회 요구자료로 ‘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오후 재판이 시작되자 정 전 실장 등은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전 실장은 "이 사건을 강제북송이라고 명명한 것 자체를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우리 해군이 제압해서 나포한 사건이라고 규정한다"며 "(탈북어민들은) 도끼와 망치로 하룻밤 사이에 (사람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강조했다.

북송 이유를 놓고는 "이들을 국내에 두면 국민 생활 안전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조기에 퇴거한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설명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노 전 실장은 당시 북송 결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그는 "(공소장 중) 저와 관련된 부분은 북송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공모했다는 표현과 11월 4일 회의에서 북송 잠정 결정했다는 것"이라며 "대체 언제 공모했다는 건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노 전 실장은 "자신은 2019년 11월 4일 회의에서 '흉악범을 국내에 편입시키는 것이 문제 있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타당한 의견 같습니다' 정도로 말했다"며 "현안에 결정을 내리는 회의도 아니고, 뭘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닌 실무 담당자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어민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있다.

서 전 원장은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어민들의 귀순 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중앙합동정보조사 중인데도 조사가 끝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배포하게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를 받는다.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강제북송 방침이 서자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조기에 종결시킨 혐의도 받는다.

앞서 북한 어민 2명은 2019년 11월 2일 동해상에서 어선으로 남하하다가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군에 나포됐다.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나포 닷새 만에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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