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전부는 아니었다…법사위 국감이 남긴 정책과제
입력: 2023.11.01 00:00 / 수정: 2023.11.01 00:00

야권 수사 정당성 논란에 수사 검사 의혹 제기까지
범죄 피해자 보호·외국인 노동자 문제 심층 토론도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지난주 마무리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가 한창인 만큼 자타공인 '이재명 국감'이었다. 여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엄호했다. 야당은 표적 수사 비판에서 더 나아가 수사 검사의 비위 의혹까지 제기했다. 정치적 논쟁에 가렸지만 '정책 국감'도 빛났다. 법사위원과 피감기관장은 범죄 피해자 보호에 공감대를 이뤘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을 놓고는 유의미한 토론을 벌였다.

◆범죄 피해자 두 번 울리는 '돈 문제' 화두한동훈 "법무부는 피해자 편"

올해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린 만큼 정책 국감의 첫 화두는 범죄 피해자 보호였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법무부 국감에서 '묻지마 범죄' 피해자의 인터뷰를 인용해 "검찰과 법무부의 역할은 가해자를 벌하는 데에 있는가, 피해자 보호에 있는가"라고 물었다. 범죄 피해자는 헌법상 구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실제로 구조금을 받는 피해자는 1.8%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도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역할은 피해자 편에 서는 것이다. (피해자가 법무부의 역할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셨을 텐데 죄송하다"며 "구호금 지급 시스템 자체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서현역 사건의 경우 검찰이 병원에 전액을 보전했다"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또 범죄 피해자 구조금 지급을 위한 '원스톱 시스템'의 연내 도입도 약속했다.

조 의원은 지방검찰청 국감에서도 "수도권과 춘천지검이 범죄 피해자에게 지급한 구조금은 45억 원인데 이 중 돌려받은 돈은 7억 5000여 만 원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해당 검찰청은 구조금 지급 건(90건) 중 32건(35.5%)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했고 춘천지검의 구상권 행사 횟수는 한 차례 밖에 없었다는 비판이다. 조 의원은 "범죄 피해를 받은 분께 국가가 보조를 해주는 것은 맞지만 이 돈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때우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며 "국회에 범죄 피해 지원 예산을 늘려달라고 설득하기 전에 범죄자들에게 제대로 돌려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정진우 춘천지검장은 "지적에 유념해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라고 답변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가해자의 일방적인 공탁을 지적했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가해자가 형량 감경을 위해 공탁 제도를 악용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공탁이 있으면 공판검사의 구형량에 반영될 여지도 있다. 피해자가 (공탁을) 거부할 시 (가해자의) 공탁이 감형에 반영되지 않게 운영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꼼수 감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도로 조처 중"이라고 답했다. 김선화 의정부지검장은 "피고인이 선고 직전 기습 공탁을 할 경우 공판검사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다"며 "가능하시면 의원님께서 법원 측에서 (공탁 시) 변론을 재개할 수 있는 제도를 법제화시켜 주시라"라고 방안을 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정부법무공단, 이민정책연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정부법무공단, 이민정책연구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가족 단위 외국인 초청, 지방 고령화 해법으로 등장

한 장관이 올해 공들인 이민청 설립도 이슈였다.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나 특정 직업군의 노동 인력 문제를 제기했다. 한 장관은 관련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농가·어가인구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 고령인구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어업을 못 하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통합관리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뚜렷한 진적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계절근로자는 정주형이 아니라서 주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가족 초청 중심으로 바꾸면서 불법체류 이탈률이 9%에서 1%로 줄어드는 성과가 있었다"며 "가족을 초청하면 이탈률이 낮아진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지자체 MOU, 농협 등 통합체계로 관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임 장관이었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자 관련 정책이 좋다. 이민청은 소위 말해 통합형 행정관리인데 규제·통합적 측면에서 상호 조화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예전에 비해 현재 외국인력 수요가 많아졌고 관리 체제가 필요하게 됐다"라고 했다. 또 "관리 체제가 튼튼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안할 수 있다. 컨트롤타워를 만들면 충분히 통섭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 의원은 "힘 있게 추진해 보라"며 응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李 영장 기각 논란에 검찰총장 "영장항고제 도입해야"

정치적 논쟁에서 비롯된 정책 과제도 있다. 구속영장 청구 기준이다. 조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 "이 대표 구속영장 사례를 놓고 10명의 판사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로 영장 심사를 하도록 하면 결과가 절대 10대 0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최소한 구속영장에 한해서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후진국 시스템의 전형을 보여줬다"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대법원 국감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김상환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영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검찰과 법원의 관련 예규가 다르듯 서로 다른 것 같다"며 토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영장항고제 도입 필요성을 제언했다. 이 총장은 대검 국감에서 "영장항고제를 통해 다시 한번 합의부의 판단을 받아 여러 결정례가 쌓여 이 정도 사건은 영장이 발부된다는 게 투명화·객관화되면 문제가 다시는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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