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첩으로 몰려 1972년 사형을 당했던 고 오경무 씨가 5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더팩트 DB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했던 고 오경무 씨가 5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30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1967년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은 오경무 씨와 반공법상 편의제공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여동생 오정심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씨 가족이 당시 수사기관에서 한 자백은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에 따른 '임의성'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씨가 북한에서 돌아온 동생 오경대 씨와 오경지 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되지만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자를 만났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오씨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시대 상황 하에 가족의 정에 이끌려 한 행위로 가족 전부에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한 데 대해 피고인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에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오정심 씨는 눈물을 흘렸다.
고 오경무 씨는 1966년 8월 이복형 오경지 씨의 협박으로 북한에 납북됐다가 40여일 만에 가까스로 풀려났지만 간첩으로 신고돼 체포된 후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1972년 사형이 집행됐다. 여동생 오정심 씨는 그를 도와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오정심 씨는 이후 이 사건 재심을 직접 청구했다.
오경무 씨의 동생 오경대 씨도 '일본에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오경지 씨의 말에 속아 북한에 납북됐다 풀려난 뒤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복역했다가 재심을 신청해 지난 2020년 같은 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
오정심 씨는 재판을 마친 후 "가족에게 너무나 소중한 오빠였기에 충격이 컸고 힘이 없으니 아무것도 손쓸 수 없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사하고 벅차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씨 측 변호인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 무죄가 선고됐지만 고인이 된 오경무 씨는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검찰은 지금이라도 과오를 반성하고 다른 가족들에 대한 직권재심도 청구하고 유족에 사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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