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건 감사원·채상병 의혹 수사 …공수처 '절치부심'
입력: 2023.10.29 00:00 / 수정: 2023.10.29 00:00

공수처장, 국감서 "두 사건 진실 밝힐 것"
'폐지론 재점화' 극복하고 임기말 성과 주목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작년엔) 사실 전체적으로 침체되고 무기력했는데 지금은 수사부장들이 진용을 갖추면서 분위기가 '뭔가 해보자'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사기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연내에 마무리 헤서 말씀드릴 사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성과 미흡'을 지적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실제로 잇따른 부장 검사의 사직으로 수사에 애로를 겪었던 공수처는 최근 박석일(사법연수원 34기) 부장검사를 임명하는 등 인원보강에 성공하면서 다시 동력을 얻었다. 박 부장 임명으로 이대환(연수원 34기), 김명석(연수원 30기), 김선규(연수원 32기), 송창진(연수원 33기) 등 공수처의 모든 부장검사가 검찰 특수·강력통 출신으로 구성됐다.

김 처장의 임기 만료 시점은 내년 1월 20일로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형사사법 역사에 기록될 수밖에 없는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병호 출석 불응시 체포영장 검토채 상병 사건 참고인 조사 한창

현재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사안은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과 채 상병 순직 사건이다. 김 처장 역시 최근 국감에서 두 사건을 지목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을 향한 공수처의 칼날은 꽤 매섭다. 공수처는 지난달 6일 감사원과 권익위를 압수수색하며 전 전 위원장의 고발 9개월 만에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국감 기간인 11일 조은석 감사위원을 비롯한 감사위원 6명 모두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요청을 한 데 이어 17일 감사원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 나섰다. 24일에는 두 번째 출석 통보에도 응하지 않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세 번째 출석을 통보했다. 유 사무총장이 이번 통보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채 상병 순직 수사와 관련해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두 차례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또 같은 달 박 전 대령과 함께 근무했던 해병대 1사단 관계자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 및 면담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최근 박모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채 상병과 사건 현장에 있다 생존한 선임 해병도 전역 직후 공수처에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고소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

◆'1호 수사 사건' 명맥 잇나… 김석준 전 교육감 기소 요구

어느 정도 마무리돼 사법처리만 남겨둔 사건도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6일 해직교사 특별채용 혐의를 받는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김 전 교육감을 수사할 수는 있지만 기소 권한은 없다. 수사 결과 김 전 교육감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해직된 교사 4명을 임용하기 위해 본인의 직권을 남용해 실무 담당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이 공수처의 설명이다.

공수처가 해직교사 특혜 채용 혐의로 전·현직 교육감 기소를 요구한 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이어 두 번째다. 조 교육감 사건은 공수처의 '1호 수사 사건'이기도 하다. 조 교육감은 2018년 전 비서실장 한모 씨와 공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부당한 방법으로 특별 채용한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았다.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로 검찰은 조 교육감을 재판에 넘겼고, 1심 재판부는 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비서실장 한 씨 역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수처로서는 1호 사건 공소유지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유사 사건인 김 전 교육감 사건의 향방이 주목되는 이유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9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9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김학의 부실 수사 책임 물을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은 2주 남짓

단기간 내 반드시 마무리지어야 하는 사건도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1차 수사 검사 고발건이다.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7월 김 전 차관 사건의 1차 수사팀이 범죄 사실을 알고도 일부러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차 전 본부장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수처는 같은 달 27일 차 전 본부장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하고 지난달 5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확보한 자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에는 차 전 본부장 요청으로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3개월간 부지런히 움직인 공수처지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경찰이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등 10여 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한 차례의 강제수사도 없이 검찰이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한 것은 2013년 11월 11일의 일이다. 10년인 특수직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는 다음 달 11일 만료된다. 공소시효가 2주 남짓 남았지만 아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피의자들에게 출석 통보도 하지 못했다. 출석 통보를 해도 현직 검사가 포함된 피의자들이 바로 공수처에 출석할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2021년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으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를 불러 조사하려 했지만 최초 출석 통보부터 손 검사의 실제 공수처 출석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 전례가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출석에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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