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교사' 혐의 범행 시점 바뀌어
"추가구속영장 기각해달라" 호소도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0일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49차 공판을 열었다./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구속 만료를 앞두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변경된 공소장이 범행 시점을 특정하지 못한다며 반발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0일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49차 공판을 열고 "지난 6일 검찰에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며 "변호인의 의견을 검토한 후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신청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에게 자신이 사용한 쌍방울그룹 법인카드 사용 내역 관련 자료 삭제를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의 지시를 받은 쌍방울 임직원들은 2021년 10월 감사실 하드디스크를 파쇄‧교체하고, 같은해 11월 재경팀과 총무인사팀 PC에서 '이화영' 키워드를 검색한 후 신규 본체로 교체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검찰이 지난달 26일 공판에서 김 전 회장의 증언을 들은 후 증거인멸교사 범행 시점을 '2021년 10월 19일'에서 '2021년 10월 초순경'으로 변경했다며 "범행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기소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김 변호사는 "범행 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면 방어할 수 있는 피고인은 없다"며 "(검찰의 혐의 시점 변경은) 사실상 혐의가 탄핵된 거나 마찬가지인데 공소장을 변경할 게 아니라 공소 자체를 철회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요청에 범행 시점을 특정하지 못한다며 반발했다. /경기도 |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달 26일 4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하드 교체일인 2021년 10월 13일보다 1~2주 전인 10월 초순경 또는 그 이전에 이화영에게 '언론에서 법인카드 사용 관련 취재를 하는데 확인 후 정리해달라'고 연락이 와 직원들에게 자료를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10월 19일 이전 김 전 회장과 통화 기록이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김 전 회장이 차명 휴대전화로 사용하던 지인들 명의로도 통화 기록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통화하지 않은 걸 했다고 할 이유가 없다"며 "방용철 부회장 명의 휴대전화로 했을 수 있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기존 공소장에 기재된 범행 시점인 10월 19일보다 일주일 이전인 10월 12일 쌍방울그룹이 하드디스크를 주문한 내역을 근거로 들며 "12일에 새 하드를 구매한 걸 보면 교체를 지시한 시점이 12일이나 그 이전인데, 당시엔 쌍방울그룹이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불거져 자체적으로 자진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쌍방울 임직원 A씨는 "하드 파쇄는 하드 주문과 비슷한 때 이뤄졌다"고 법정 증언했다.
이어 "설사 범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화영은 교사범이 아닌 정범"이라며 "김성태, 방용철 등 공범들과 논의해 범행 계획을 짠건데 공범 간 교사가 가능한 건가"라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날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에 기각 결정을 내려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거듭 호소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도 지난달 26일 추가 구속 심사에서 직접 입을 열고 "증거인멸을 교사할 만큼 무모하지 않고 제가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쌍방울에서) 들어줄 상황도 아니었다. 대선 정국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 언론이 공격적으로 나와 확인했던 것"이라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당당히 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게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하며 구속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배우자 백모씨 간 접견 녹취록 등을 근거로 "피고인은 자신과 '공범' 관계에 있는 이재명 대표를 위해 언제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왜곡할 준비가 돼 있다"며 "향후 외부 세력의 회유와 압박에 따라 증거인멸을 도모하고 그에 가담하는 방법으로 실체적 진실과 법원의 판단을 그르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대북송금 혐의에 이어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에게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삭제를 요청한 혐의로 지난 4월3일 추가 기소돼 오는 13일 구속 만료를 앞두고 있다.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된 방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보석이 인용돼 석방됐다.
다음 공판은 24일 열린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