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계열사 주식 가진 김성태 단골주점 직원…검찰 "차명 아니냐"
입력: 2023.10.07 00:00 / 수정: 2023.10.07 00:00

김 전 회장 측근에 되팔아…"주가 떨어져서" 항변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17차 공판을 열었다./이동률 기자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17차 공판을 열었다./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검찰이 쌍방울그룹의 계열사 주식을 매수한 김성태 전 회장의 지인들에게 차명 주식 여부를 추궁했다. 매수대금 출처는 김 전 회장 실소유 비장상회사였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의 17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김 전 회장이 자주 찾던 주점 직원 A‧B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손님으로 알고 지내던 김 전 회장과 그의 측근 박모 씨의 말을 듣고 2016~2017년경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 등의 주식을 사들인 후 2020년 6월 박씨에게 팔았다.

검찰은 박씨가 이들에게 지급한 주식매수대금의 출처가 김 전 회장 실소유 비상장회사 '희호컴퍼니'인 점을 문제삼았다.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창구'로 의심하는 곳이기도 하다.

검찰이 "매수대금을 송금한 조모 씨가 희호컴퍼니의 대표이사인 것을 몰랐느냐"고 묻자 이들은 "전혀 모르고 주가가 하락해 팔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그룹 임직원 명의로 세운 비상장회사(페이퍼컴퍼니) 5곳 자금 약 538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김 전 회장이 지인 5명의 이름으로 만든 이른바 '페이퍼조합'도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창구로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시장이 아닌 김 전 회장 측근인 박씨에게 주식을 판 것을 두고 '차명 주식' 보유를 의심했다. 검찰은 "매수 당시 나노스 주식은 김 전 회장이 지배하는 투자조합과 다른 계열사 광림 등이 97% 보유하고 있어 시중에 돌아다니지 않았는데 어떻게 샀는지, 매도할 때도 왜 시장에 팔지 않고 장내 거래가 파한 후 종가로 박씨에게 넘겼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차명 주식을 보유해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A씨는 "손님(박씨)이 그 방향으로 원하기도 했고 주식을 빨리 정리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의 차명 주식 보유를 의심하는 검찰은 지난해 11월 나노스 주식 약 245억 원 상당을 김 전 회장 실소유로 보고 동결 조치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의 차명 주식 보유를 의심하는 검찰은 2022년 11월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해 실소유한 것으로 판단한 나노스 주식 약 245억 상당을 동결 조치했다./새만금개발청
김 전 회장의 차명 주식 보유를 의심하는 검찰은 2022년 11월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해 실소유한 것으로 판단한 나노스 주식 약 245억 상당을 동결 조치했다./새만금개발청

'주가 하락에 매도를 결심했다'는 이들의 주장도 반박했다. 검찰은 2017~2019년 나노스 주가 차트를 제시하며 "매수 시기 주식 금액보다 박씨에게 받은 매도금이 높은데 손해를 봤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고, 나노스 주식은 2018년 당시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경협주'로 분류돼 최저 1018원에서 최고 11200원까지 상승했다"며 "주가가 11배나 상승했는데 상한가일 때 매각하지 않고 2020년 6월에 박씨에게 매도한 이유가 뭔가"라고 캐물었다.

이어 "증인이 박씨에게 주식을 매도한 이후에 쌍방울그룹의 이스타항공과 쌍용차 인수 등의 호재로 나노스 주가가 많이 상승했다"며 "그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투자조합 등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B씨는 "1억 원 후반대에 매수했는데 매도대금으로 1억6000여만원을 받아 손해를 봤다"며 "(2018년엔) 더 잘 될 것 같아서 매각하지 않았고 A씨에게 '언제가 되면 팔아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2020년엔) A씨와 상의 후 도저히 가능성이 안 보인다고 해서 정리했고, 매도 이후엔 (호재 등을) 신경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이들이 '계열사 주식 상승' 기대감이 담긴 김 전 회장과 박씨의 대화를 듣고 차익을 얻기 위해 주식을 매수했으나 예상과 달리 주가가 하락해 매도를 결심했고, 박씨가 '시장에 팔지 말고 자신에게 팔라'고 제안해 박씨에게 종가에 매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2019~2021년 쌍방울그룹 임직원 명의로 세운 비상장회사 5곳의 자금 약 538억 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광림에 약 11억 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 200억 원을 거래하면서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하거나 누락한 혐의도 받는다. 이와 별개로 경기도가 2019년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대납한 혐의도 있다.

다음 공판은 13일 열린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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