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등록 안하면 정당 명칭 불허' 조항도 합헌
선관위 등록을 정당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하고 아니면 정당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도록 한 정당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더팩트 DB |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정당법상 등록을 정당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하고 아니면 정당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도록 한 정당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시·도당은 1000명 이상 당원을 갖도록 하고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조항도 합헌으로 봤다.
헌재는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된 정당법 정당등록 조항·정당명칭 사용금지 조항은 전원일치, 전국정당 조항은 재판관 4대5 의견으로 합헌·기각, 법정 당원수 조항은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정당으로 등록되지 않았는데도 정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혐의로 벌금 100만원 약식기소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한 뒤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내 인용받았다.
헌재는 정당등록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당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당등록제도는 어떤 정치적 결사가 정당법상 정당임을 법적으로 확인해 법적 안정성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창당준비위원회가 형식적 요건을 갖춰 등록을 신청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반드시 수리해야 하므로, 정당등록제도가 이념 등을 이유로 등록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정당명칭 사용금지 조항은 정당법에 따른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들이 임의로 정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혼란이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3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학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더팩트 DB |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춰야 한다고 정한 전국정당 조항은 지역 편중 없이 전국적 규모의 조직을 갖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균형있게 결집하도록 하는 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지역정당을 허용하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정당 조항은 재판관 5명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위헌 정족수인 6명에 미치지 못 했다. 거대 양당 정치 체제에서 전국정당조항은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 신생정당이 정치영역에 진입할 수 없도록 높은 장벽을 세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법정당원수 조항은 최소한의 요구이며 현존하는 각 시·도당에 1000명 이상의 당원을 요구하는 법정당원수조항이 신생정당의 창당을 현저히 어렵게 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은 이 조항이 헌법 8조 1항의 정당의 자유 자체를 처음부터 전면 부정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새로운 정책이념을 가진 신생정당이나 군소정당의 진입이 어렵지 않도록 당원수를 상대적으로 정하는 것이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규정한 헌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했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