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 추가 구속영장 심사
"쌍방울 스스로 하드 교체…증거인멸 교사 아냐"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추가 구속 심사에서 배우자와 접견 녹취를 직접 공개하며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구속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경기도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추가 구속 심사에서 배우자와 접견 녹취를 직접 공개하며 증거인멸 우려에 따른 구속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이 대북송금 관련 증인을 무더기로 철회한 점을 강조하며 영장 청구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맞섰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6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추가 구속영장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심문은 이 전 부지사 측 요청에 따라 공개로 열렸다.
검찰은 현재 심리 중인 이 전 부지사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3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대북송금 혐의에 이어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에게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삭제를 요청한 혐의로 지난 4월3일 추가 기소돼 내달 13일 구속 만료를 앞두고 있다.
◆ "당신, 당에서 왕따 된다" 배우자가 이화영 회유 정황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배우자 백모씨의 접견 기록 등을 근거로 이 전 부지사에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제시한 구치소 접견 녹취서에 따르면 백씨는 지난 7월18일 '남편이 검찰의 회유‧압박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민주당에 제출한 후 당직자와 함께 이 전 부지사를 접견하며 "당에서 당신을 의심하니 확실하게 모습을 가져가지 않으면 당신은 '왕따'가 될 수 있으니 확실하게 가야 한다"며 "정신차리라"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접견에서 "10개월간 잘 참았으니 '조국'보다 당신이 더 멋진 사람이 돼 있어"라며 "'영웅이 될지 잡범이 될지' 잘 판단하라"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이에 검찰은 "이처럼 배우자는 민주당과의 지속적 관계 유지에 집착해 피고인(이화영)을 회유하고 있다"며 "정당에 불리한 진술이 피고인 입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는 걸 막기 위해 사법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실체적 진실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녹취서를 법정에서 직접 재생하려고도 했으나 재판부가 심문 지연을 우려해 불발됐다.
◆영장심사 앞두고 "이재명 위해 필요한 일 하겠다"
이 전 부지사가 같은날 열린 이재명 대표의 영장심사를 직접 언급한 내용도 담겼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구속 심사를 앞둔 지난 20일 접견 녹취서에서 백씨에게 "이 대표의 영장이 부결되면 나좀 도와달라. 화요일(26일) 가장 결정적인 날인데 당이 역량을 집중해달라. 나도 여기서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겠다고 당에 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과 '공범' 관계에 있는 이재명 대표를 위해 언제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왜곡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금까지의 태도로 비춰볼 때 향후 피고인은 외부 세력의 회유와 압박에 따라 증거인멸을 도모하고 그에 가담하는 방법으로 실체적 진실과 법원의 판단을 그르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를 변호했던 현근택, 서상윤 변호사와 현재 변호하는 김광민 변호사 등을 '민주당 변호인'으로 지칭하며 "이화영 조력을 위해 선임된 게 아니라 당과의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범 관계인 이 대표의 수사 및 재판과 상호 관계를 위한 걸로도 의심된다"고도 주장했다.
◆ 이화영 "검찰, 수사권 이어 명백한 영장 청구권 남용"
반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검찰이 대북송금 관련 증인을 무더기 철회한 점을 강조하며 영장 청구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민 변호사는 "검찰이 무더기로 증인 신청을 철회한 99명 중 절반은 경기도 공무원, 절반은 '환치기'해 돈을 직접 북한에 밀반출한 쌍방울 직원들인데, 환치기한 사람들 확인도 하지 않고 이들 모두를 철회한다는 건 검찰이 지금까지 수사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수사했고 법정 제출이 필요없는 내용을 수사한 '수사권 남용'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검찰이 증인들을 모두 철회한 이상 기일 3번이면 이 재판은 종료된다. 그런데 이 3번의 공판절차를 위해 이미 1년이나 구속된 이화영을 추가 구속하겠다는 건 명백한 형사구속제도의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애초의 입증계획에 따라 김성태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면, 피고인에게 무리한 증거 인부를 독촉하지 않았다면 법무법인 해광과의 갈등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재판 공전도 없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출석에 앞서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수원=이새롬기자 |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이화영이 김성태에게 전화를 해 증거인멸을 사주했다는 2021년 9월19일보다 이전인 9월12일에 쌍방울그룹의 하드디스크 구매 내역이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교사였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쌍방울그룹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 때문에 자체적으로 자진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도 심문 말미 직접 입을 열고 "증거인멸을 교사할 만큼 무모하지 않고 제가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쌍방울에서) 들어줄 상황도 아니었다. 대선 정국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 언론이 공격적으로 나와 확인했던 것"이라며 "1년간 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거의 행사할 수 없었고 (검찰이) 저런 식으로 접견에 대해 말한다면 앞으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당당히 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게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종합적으로 심리한 뒤 조만간 이 전 부지사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 공판은 내달 10일 열린다. 이날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