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의협 93% 반대 vs 환자단체 "실효성 의문"
입력: 2023.09.26 00:00 / 수정: 2023.09.26 00:00

개정 의료법 25일 시행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받던 중 숨진 고 권대희 씨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의무화 내용이 담긴 개정 의료법이 25일 시행됐다. /뉴시스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받던 중 숨진 고 권대희 씨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의무화 내용이 담긴 개정 의료법이 25일 시행됐다. /뉴시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성형외과에서 수술 중 숨진 고 권대희 씨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의무화 내용이 담긴 개정 의료법이 시행됐다. 의료계는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내며 반발한다. 반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징적 의미에서 기대도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이 시행됐다. 전신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는 CCTV 촬영을 요구할 수 있다. 병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500만원 벌금을 내야 한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지난 2016년 서울 강남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숨진 고 권대희 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권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원장은 지난 1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수술실 CCTV를 놓고 수사기관에서는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증거수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의료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 간부는 "수술실 CCTV 의무화로 사건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예방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기대했다.

고 권대희 씨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저희 아이도 성형외과에서 사건이 발생했는데, 청년 대부분인 환자들이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개정 의료법 자체 한계로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실효성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응급 수술·위험도 높은 수술·전공의 수술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촬영을 거부할 수 있어서다. 영상 보관기간이 30일인 점도 사고 대응에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21년 6월15일 더불어민주당 당시 송영길 대표가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더팩트DB
지난 2021년 6월15일 더불어민주당 당시 송영길 대표가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더팩트DB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면 장례를 치르는 기간을 고려해야 하고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촬영일에서 90일 이상으로 하거나 적어도 영육아보육법상 어린이집 CCTV 촬영 영상정보 보관기관인 6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며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과 제한조항이 많아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의협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의협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회원 12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대회원 설문조사' 93.2%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 이유로 '의료진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가 51.9%로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은 지난 5일 "의사 등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와 인격권 등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와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다만 개정 의료법 자체가 관련 단체 협의를 거친 만큼 명분을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2018년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를 놓고 사생활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에 제약이 가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공익의 중대함을 고려하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제시한다. 위헌 결정이 나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사 출신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기에, 환자를 위해 의사가 내려 놓아야 하며, 법이 안착하도록 지혜를 모을 때"라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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