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김명수 "독립된 법관만이 재판 독립 지켜낼 수 있다"
입력: 2023.09.22 11:08 / 수정: 2023.09.22 14:33

"재임 기간 내내 수평적 구조 강조…'좋은 재판' 실현해달라"

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4일 퇴임한다./사진공동취재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4일 퇴임한다./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4일로 6년의 임기를 마친다. 김 대법원장은 "독립된 법관만이 재판의 독립을 지켜낼 수 있다"며 재판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22일 퇴임사에서 "6년 전 사법부와 관련된 대내외적인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했던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31년간 오로지 재판 업무에만 전념해 오던 제게 제16대 대법원장의 막중한 소임을 부여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때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대법원장은 "저는 사법부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임을 다하는 길은, 오직 사법의 본질적 가치인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함에 있다는 굳은 신념과 절박한 사명감으로, 새로운 사법의 길을 찾아 대법원장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며 "그 길이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지혜롭고 창의적이며 열정이 넘치는 우리 사법부 구성원들과 함께 할 것이었기에 어떠한 난관이 닥치더라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재임 기간 내내 우리 사법부가 과거의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지양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수평적 구조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했다"며 "우리 구성원은 매일의 재판 현장에서 경청과 소통, 합의의 미덕을 경험하며 체득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어떠한 국가 기관과도 견줄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 "저는 취임사에서 사법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퇴임을 하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변한 적이 없다"며 "2020년부터 3년간 계속된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사법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수행하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사법부 구성원들은 비대면 소통 방식을 개발하고, 영상 재판을 확대하여 국민의 사법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크게 제고하는 등 위기의 상황을 오히려 좋은 재판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좋은 재판의 개념에 대해서는 "최근 사법부에 제기되고 있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재판’은 국민이 이를 체감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므로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며 "다만 정의의 신속한 실현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이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우리의 방향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과 질,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충실성 중 어느 하나의 가치에만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 비로소 우리는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해 사법부를 국민의 신뢰라는 반석 위에 굳건히 세울 수 있음을 명심해 주시라"고 촉구했다.

법관을 향해서는 "법관의 독립은 사법부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독립된 법관만이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며 "제가 모든 사법부 활동의 중심을 재판에 두고 사법행정은 오로지 재판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누차 강조해 온 것도 지난날 사법행정이 저지른 과오가 우리 사법의 역사에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획일화된 기준을 경계하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수용하면서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과 사명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 언행을 무겁게 함으로써 공정성과 중립성의 외관이 추호도 흔들리지 않아야 함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민을 향해서도 "지난 6년간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고자 대법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저의 불민함과 한계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저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모쪼록 모든 허물은 저의 탓으로 돌려 꾸짖어 주시되, 오늘도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밤을 낮 삼아 열심히 일하는 사법부 구성원들에게는 따뜻한 격려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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