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살인 내용을 담은 영화 '치악산'의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강원 원주시와 시민단체가 원주시민은 모르는 뇌피셜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선웅 감독과 배우 윤균상,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왼쪽부터)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치악산'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인턴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토막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치악산'의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강원 원주시와 시민단체가 원주시민은 모르는 뇌피셜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작사 측은 공간적인 배경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부장판사)는 8일 오전 원주시와 대한불교조계종 구룡사, 시민단체 등이 도호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열었다.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치악산은 강원도 원주시를 배경으로 한 내용으로 토막살인이 난 시신이 발견된 뒤 수사가 진행됐다는 괴담을 배경으로 한다.

이날 심문에서 시민단체 측은 "애초에 치악산 괴담이라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며 "수십 년간 구전되고 온라인을 떠돌던 것을 모티브로 해 예술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정작 원주시민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치악산이 영화 '곡성'처럼 지역 홍보가 가능하다는 제작사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는 "치악산과 관련이 있어야 홍보하는 것 아니냐"며 "인터넷에 떠도는 누군가의 뇌피셜을 통해 만든 영화"라고 지적했다.

원주시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원주시 측은 "토막살인 포스터가 자극적 노이즈 마케팅으로 문제가 됐다"며 "시민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또 "원주시와 치악산은 동일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긍지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작사 측은 "치악산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직접적으로 원주시의 명예와 재산을 침해하는 내용은 없다"며 "'영화가 허구'라는 자막은 인트로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도입과 결말 두 차례 삽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원고 측의 제목 변경 요청에 대해서는 "제목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단순 제목 변경이 아닌 대사의 모든 치악산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며 "치악산 자체를 묵음 처리하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영화 원고로 내용을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도 했다.

또 제작사 측은 "영화 '곤지암'과 '옥수역' 귀신 등을 비슷한 선례로 들어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주시 측은 "곤지암은 건물이 문제였다"며 "치악산과는 다르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허구다', '실제가 아니다'가 아닌 현실과 관련이 없는 것이라는 강조 문구를 담은 자막을 해보는 게 어떨지 제작사 측에 제안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적인 의견을 들어본 뒤 영화 개봉 하루 전인 12일 상영금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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