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인터뷰 의혹' 관련 72분 녹취 공개
박영수 소개→'봐주기 수사' 정황은 담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가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오른쪽은 신학림 전 위원장. /박헌우 기자·뉴시스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윤석열 당시 후보가 검사 시절 수사를 무마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뉴스타파가 보도의 근거가 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대화에는 수사 대상에게 커피를 타준 사람이 윤 후보 등 검사가 아니라 '직원들'이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
뉴스타파는 7일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72분 분량의 음성파일과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이 대화는 2021년 9월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카페에서 김 씨가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전 위원장과 나눈 것이다.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신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의 부탁으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소개해줬고, 박 전 특검이 대검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씨는 "조 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조 씨가 대검 중수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고, 박 모 검사가 커피를 주면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사건이 없어졌다"라고 언급했다. 녹음 파일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2022년 3월 6일 공개됐다.
조 씨는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대검 중수부에 출석할 때 만났던 검사는 박모 검사뿐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특히 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을 명확히 허위로 보고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커피를 타줬다는 부분을 따지고 보면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으로 이 부분을 허위로 판단하고 있다"며 "직접 담당했던 업무 관계자뿐만 아니라 피조사자, 김 씨의 진술을 통해서도 허위라는 사실은 명확하고 충분하게 확인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취록상으로도 커피를 타 준 건 검사가 아니라 '직원들'이며 조 씨가 검사와 커피도 마시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 전 위원장이 "그러면 조우형은 가 가지고 박OO(검사)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라고 묻자 김 씨는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라고 답한다.
두 사람의 대화상 조 씨 수사를 직접적으로 무마한 건 윤 대통령이 아닌 박 검사로 보인다. 신 전 위원장이 "아니, 검사도 못 만나고 온 거야. 검사, 누구 검사 만났는데?"라고 묻자 김 씨는 "박OO를 만났는데, 박OO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라고 답한다.
다만 조 씨의 부탁을 받은 김 씨가 수사를 무마할 목적으로 박 전 특검을 소개해준 정황은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조 씨는 김 씨를 찾아와 "형님, 제가 이렇게 수사받고 있는데 다른 기자분들이 해결 못해 주는데 형님이 좀 해결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 씨는 "형이 직접 가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법조 오래 (취재한) 기자인데 가서 'OO(박 검사)야, 내 동생이니까 해줘라'하면 어떻게 되겠냐? '석열이 형, 내 동생이야' 이렇게 어떻게 하냐"라고 대응했다고 한다. 김 씨는 대신 박 전 특검을 소개해줬고, 박 전 특검이 조 씨 사건을 '진단'하더니 '검찰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 그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전해들은 신 전 위원장은 "나름대로 거물을 소개해줬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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