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가구비 2억여원 회삿돈으로 지출 혐의
"지출 후 개인 계좌에서 직원에 이체해 정산"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10차 공판을 열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회삿돈으로 자택 가구비를 대납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직원에게 가구대금을 직접 이체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10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조 회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증인으로 한국타이어 판교 신사옥 TF에서 근무한 김모 씨가 출석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개인 자택 가구비 약 2억6000만원을 한국타이어 신사옥 가구 대금에 같이 포함시켜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 회장의 자택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남' 항목이 가구 정산금 문건에 적혀있고, 약 3억1000만원이 '예비비'로 설정된 경위를 추궁했다. 김씨가 상사에게 '이번에 가구 발주할 때 한남동 금액을 대략적으로 넣어둬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던 점도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조 회장의 자택에 들어갈 수 있는 가구비까지 고려해 예비비를 잡았다"면서도 "신사옥에 가구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어서 예비비의 주된 전제는 신사옥 때문이었다. 실제로 사옥 10층에 추가 가구가 들어가기도 했다"고 답했다.
견적서 고객명이 '조 회장의 배우자'로 돼있다가 한국타이어 직원으로 바뀐 점도 지적했다. 검찰이 "한국타이어 비용으로 지급할 가구비인데 조 회장 배우자의 이름이 견적서에 기재돼있으면 안 되니 바꾼 것 아닌가"라고 묻자 김씨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조 회장 측은 "견적서에 이름을 바꾼다고 회삿돈을 지급하는게 감춰진다는 건가"라며 "만약 회삿돈으로 조 회장의 가구비를 한꺼번에 처리할 계획이었다면 '한남동' 항목과 신사옥 항목이 구분되게 구매 내역 자료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 개인 가구비와 회사 가구비를 구분해놓았기에 향후 정산할 계획이었다는 주장이다.
김씨 역시 "조 회장의 가구비와 신사옥 가구비를 구분해 표시한 것은 나중에 이뤄질 정산을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이 가구비용을 이체한 점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조 회장 자택 가구비가 회사 가구대금과 합산돼 회사에서 한꺼번에 지출된 것은 맞지만 조 회장은 이후 직원에게 자신의 계좌에서 2억1000만원을 이체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조현범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
회사 가구 일부를 자택으로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낱개로 살 수 없었던 해외 빈티지 제품이었다"며 "회사 공간상에도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회삿돈으로 구매한 업무용 가구 중 시가 2200만 원 상당의 고가 식탁과 418만 원 상당 빈티지 의자 2개를 집에 갖다 놓은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재판 말미 조 회장의 보석 신청과 관련해 추가 기소된 배임수재 사건에 대한 심리계획을 마련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에게 이달 중으로 증거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조 회장은 지난 7월19일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추가 기소된 후 구속 기한 만료를 약 한 달 앞둔 지난달 21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5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하고 2014년 2월~2017년 12월 MKT에서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27일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3월 현대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악화를 알면서도 사적 친분으로 담보 없이 MKT 자금 50억 원을 빌려준 혐의도 있다.
다음 공판은 13일 열린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