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 허위직원 월급 받은 김성태…"회장으로서 적절한 금액"
입력: 2023.09.02 00:00 / 수정: 2023.09.02 00:00

광림 허위 직원 등재해 지급…비자금 조성 의심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일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13차 공판을 열었다./이동률 기자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일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13차 공판을 열었다./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허위 직원 등재를 통해 급여를 지급받은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급받은 급여는 회장으로서 수령할 수 있는 적절한 금액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의심하는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본인 명의로 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다며 집중 추궁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의 13차 공판을 열고 김 전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쌍방울그룹 계열사에 지인 또는 가족들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시킨 후 급여를 지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기간동안 총 29명을 허위 직원으로 등록해 약 30억 원을 지급한 후 이를 비자금 조성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쌍방울 계열사 광림에서 인사 및 총무 업무를 담당한 직원 A씨는 실제 근무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A씨는 "급여대장 검토 중 익숙지 않은 이름이 있었고, 당시 상사가 '직원 등록 후 급여가 나가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며 "이 지시는 쌍방울 본사에서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시한 광림의 급여 지급 내역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2014년부터 8년간 허위로 등재 직원 3명을 통해 지급받은 급여는 연평균 약 6100만원에 달했다. 세 사람 모두 김 전 회장의 가족이나 지인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김 전 회장 본인이 광림에서 직접 수령한 급여도 있었다. 김 전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광림에서 직접 받은 급여는 연평균 7092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앞서 허위 직원을 통해 받은 급여와 합산하면 김 전 회장은 연 평균 1억3000만원을 수령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허위 직원을 통해 급여를 지급받은 이유를 캐물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이 정상적인 내부 절차를 통해 본인 명의로 급여를 정당하게 수령하지 않고 굳이 임의로 허위 직원을 등재해서 받은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A씨는 "허위직원 급여를 김 전 회장이 가져갔다고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이 구속 수감 당시 허위 직원을 통해 급여를 받은 점도 언급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이 2014년 4월부터 1년여 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수감 중이라 실질적인 업무를 할 수 없었고, 그 이후에도 집행유예 기간이라 활동이 제한됐던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에도 지인에게 급여가 지급됐다"고 밝히자 변호인은 "김 전 회장이 수감 중일 때도 계열사 대표에게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고 맞섰다.

김 전 회장 측은 그룹 내 다른 임원들의 연봉을 거론하며 "회장으로서 실질적으로 수령 가능한 급여 수준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지난해 모 부회장의 연봉은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약 2억 5000만원 정도였다"며 "1억 3000만원 정도는 김 전 회장이 그룹사 회장으로 수령할 수 있는 적정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광림의 자금 조달을 위해 '개인 자금'을 투입했다고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광림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니 김 전 회장이 개인 자금을 투입했고, 이는 김성태 개인이 그룹 차원을 위해 손해를 감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의 모습. /박헌우 기자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의 모습. /박헌우 기자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지인 B씨가 계열사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등재된 경위도 문제삼았다. B씨는 사내이사로 등재된 2017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2676만 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노스에서 인사 및 총괄 업무를 담당한 직원 이모 씨는 "B씨를 실제로 본 적은 없고, 회사에 있는 것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B씨의 이력서와 경력사항이 누락된 점도 지적했다. 검찰은 "B씨 이력서에 사진도 없고 연락처도 인사담당자인 증인의 사내 번호로 돼있으며 경력사항에 재직 기간도 기재되지 않았다"며 "심지어 B씨가 경찰 조사에서 본인이 근무했다고 기재돼 있는 두 회사에 대해 '모른다'고 한 점을 보아 허위 경력이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궁했다.

검찰이 "B씨를 급여 지급 목적으로 사내이사로 허위 등재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씨는 "B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았고 채용 경위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2019~2021년 쌍방울그룹 임직원 명의로 세운 비상장회사(페이퍼컴퍼니) 5곳 자금 약 538억 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광림에 약 11억 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 경기도가 2019년 추진하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대납한 혐의도 있다.

다음 공판은 8일 열린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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