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죄송하고 피해 최대한 변제"
"증거인멸 정황 있어 추가구속 필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9차 공판을 열고 조 회장의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재판 중 직접 입을 열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게 요청했다. 검찰은 조 회장의 증거인멸 정황 등이 확인된다며 추가 구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9차 공판을 열고 조 회장의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조 회장은 "지난 6개월동안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고, 제 잘못과 안일함으로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 비록 사후적이지만 제 불찰로 발생한 피해는 최대한 변제했다"며 "가족 문제도 있고, 회사 업무도 주요 안건이 올라와있는데 10분씩 하는 접견으로 이어가기엔 굉장한 어려움이 있어 보석 신청을 넘어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밝혔다.
조 회장 측은 검찰이 추가 기소건을 자의적으로 '분리 기소'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현 사건 수사가 이뤄질 무렵 추가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단초'가 마련돼있었고 이미 일부 수사가 이뤄졌던 상황"이라며 "검찰이 충분히 함께 기소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현 사건을 급하게 먼저 기소하고 추가 기소건은 나중에 기소한 것은 분리 기소의 소지가 있다. 피고인의 실질적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해달라"며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19일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추가 기소된 후 구속 기한 만료를 약 한 달 앞둔 지난 21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반면 검찰은 "회장 지위를 남용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피고인(조현범)이 경영상 타격 등을 보석 사유로 삼는 건 납득하기 어렵고, 한국타이어는 피고인 재직 여부와 관련 없이 자동차 생산량 증가 등 훌륭한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보석 필요 사유도 존재하지 않고 임의적 보석 사유도 없으며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라도 허가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조 회장이 임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게 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된다며 추가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가 기소건 공범들과 지속적으로 접견하고 있고 석방될 경우 증인들로 하여금 허위 진술을 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보석을 기각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자의적으로 분리 기소를 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처음 조 회장 기소 당시 2000쪽에 불과하던 수사 기록이 그 이후 7000쪽 추가됐다"며 "본 기소 당시 추가 기소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수집됐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개인 주거지 이사 비용 1200만원을 해외 파견 주재 직원들의 이사비용에 같이 포함시켜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더팩트 DB |
이날 공판에선 조 회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증인 신문도 시작됐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개인 주거지 이사 비용 1200만원을 해외 파견 주재 직원들의 이사비용에 같이 포함시켜 회삿돈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의 개인 이사를 의뢰받았던 운송업체 직원 박모 씨는 "한국타이어 비서실 소속 직원에게 조 회장의 이사비를 해외 주재원 이사비용에 같이 청구하라는 전화를 받고 이후 한국타이어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비용을 입금받았다"며 이를 인정했다.
검찰이 "조 회장의 개인 이사비용을 한국타이어에서 지급한 게 이상하지 않았냐"고 묻자 박씨는 "조 회장 이사 석달 전 조현식 부회장의 자택 이사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고, 비서실 직원의 요청이었기에 당시에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통상적인 이사 원가보다 적은 1200만원만 청구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박씨는 "한국타이어와 거래관계가 있고 향후에도 원활한 관계를 기대하며 조 회장의 이사비용을 최대한 인하해서 스스로 제안했다"고 답했다.
반면 조 회장 측은 박씨가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이사 업무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증인 입장에선 회사 이사 업무를 수행해 회사로부터 정산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기존 회사 이사비 정산을 처리한 담당자가 요구한 것이니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5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하고 2014년 2월~2017년 12월 MKT에서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27일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3월 현대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악화를 알면서도 사적 친분으로 담보 없이 MKT 자금 50억 원을 빌려준 혐의도 있다.
다음 공판은 내달 6일 열린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