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신문부터 진술거부권…변호인 공소 기각 주장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자주통일민중전위 측이 종북몰이를 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피고인들은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부인했다./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자주통일민중전위 측이 "종북몰이 세력에게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며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황모 씨 등 4명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정식 재판은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다. 이날 법원에는 피고인을 보기 위한 방청객 100여 명이 법정 앞에 줄을 지었다.
재판이 시작되고 인정신문을 시작하자 피고인들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본인 확인 외 직업, 주소, 본적을 묻는 재판부에게 피고인들은 "일체 거부한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해 해외에서 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을 수수하고 지령에 따라 북한에 보고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변호인은 "위헌적이고 편향적 차별기소는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재판부에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간첩단이라는 용어가 법적 용어가 아닌데 (공소장에)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다"며 "종북몰이로 한국사회를 거꾸로 되돌려 이익을 보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피고인들이 공안 정국 조성의 핵심표적으로 지목돼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도 했다.
황 씨 측은 "피고인들은 공안정국 조성에 이용될 핵심표적으로 지목돼 희생양으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라며 "공소사실은 극우적 시각에서 진보적 정치사상과 대중활동을 범죄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에서 황 씨, 정 씨, 성 씨가 해외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없다"며 "북한 공작원이라는 증거, 만난 이가 북한인이라는 사실, 만난 목적이 지령 수수 목적이라는 사실이 모두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4월 재판 절차가 시작되자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1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한 후 항고심을 거쳐 대법원도 재항고를 최종 기각하면서 재판은 5개월 넘게 지연됐다. 내달 14일 구속기간 만료를 앞둔 이들은 지난 25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하면서 재판 지연은 또다시 불가피해졌다.
변호인은 피고인 측이 재판을 지연한다는 지적을 놓고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재판지연 전략이라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검찰이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동의해 주고 소송을 지휘했다면 벌써 1심이 선고됐을 수 있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은 민주 질서를 위협하고 죄질이 불량해 추가 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절차적인 문제로 구속기간이 지나긴 했으나 검사가 주장하는 사유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 씨 등은 2016년부터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만나 공작금을 받은 후 국내로 잠입, 약 5년간 수십회에 걸쳐 북 지령에 따라 국내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은 2016년 3월 내사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11월9일 경찰과 함께 4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당시 암호화된 USB가 든 지갑을 창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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