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백남기 농민·투렛증후군 판결 눈길
입력: 2023.08.22 13:45 / 수정: 2023.08.22 13:45

사법농단 연루 법관 무죄 판결에 비판도
윤 대통령 대학 1년 후배…청문회 거쳐 임명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뉴시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6기)를 지명했다.

22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부장판사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1962년 경남 함안 출신인 이 부장판사는 부산 중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두 차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맡았고 2009년 고법 부장판사로 전보됐다. 서울남부지법과 대전고법에서 법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한 이 부장판사는 일본 등 해외 법제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김재형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된 3명(이균용·오석준·오영준) 중 한 명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주요 판결로는 '사법농단' 사건이 있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형사8부 근무 당시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를 저지하려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다른 판사들이 형사수석부장인 신광렬 부장판사에게 보고한 것으로 공모했다 인정할 수 없어 공모를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 자체를 무죄로 판단한다"라고 판시했다. 지난해 7월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됐을 때 이 판결이 도마에 오르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으로 근무할 때는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당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1심 무죄를 뒤집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은 구 전 청장이 총괄책임자로 살수차 운영지침에 허가권자로 명시돼 있지만 권한을 현장 지휘관 등에 위임하고 있고, 이 때문에 구체적인 지휘감독 의무를 원칙적으로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이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집회·시위는 과격하고 폭력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과잉살수가 방치돼 사망사건이 발생했다"며 "(경찰이) 적절한 대응으로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지만 적정 수준을 초과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라고 구 전 청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민생과 관련해서는 서울고법 행정2부 재판장 시절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틱·Tic)을 2가지 이상하는 '투렛증후군' 환자를 법적 장애인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을 만들었다. 투렛증후군은 그전까지 관련 법령의 장애 종류에 포함되지 않아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없었다.

1심 역시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가 장애인의 생활안정의 필요성과 그 재정의 허용한도를 감안해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장애인복지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아 우선적으로 보호하도록 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틱 장애는 그 정도의 경중을 묻지 않고 이를 규정하지 않아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는 헌법의 평등규정에 위반돼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결했다.

지명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임명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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