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가성 묻지마 장학금" vs 조국 측 "부모와 무관"
입력: 2023.08.22 00:00 / 수정: 2023.08.22 00:00

의전원장 "교수가 2017년 '부적절' 보고"
조국 측 "해당교수 당시 조민 누군지 몰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의혹 관련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의혹' 관련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 재판에서 조민 씨가 받은 장학금을 대가성이 있는 '묻지마 장학금'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조민 씨가 받은 장학금은 조 전 장관과 관련이 없다고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 기일을 열었다. 함께 재판받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과 관련해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의 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심리를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조국 피고인은 조민이 유급을 당해도 장학금을 주고, 재시험으로 겨우 유급을 면해도 장학금을 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중간에 놀라기도 했다"며 '묻지마 장학금'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원장이 주장하는 법리오해에 대해 검찰은 "우리 법원은 이미 장학금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사실상 현금을 그냥 준 것과 마찬가지로 본 합리적 기준을 제시했다"며 "직접 건네준 돈과 차이가 없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또 "노 전 원장이 분원장(양산 부산대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청와대 지원이 절실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민 씨가 받은 장학금은 조 전 장관에게 청탁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반면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조민 씨가 받은 장학금이 조 전 장관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은 "노환중은 장학금을 조민의 계좌로 입금했고 조국에게 이체한 경우도 없고 계좌 관리, 입금된 내용 청구권 역시 조민에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학금은 부모가 아닌 학생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며 "조국이 받은 걸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의혹 관련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의혹' 관련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이날 재판은 이준우 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조민 씨의 장학금 수혜가 부적절하다는 보고를 받은 시점을 두고 양측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조 전 장관 측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검찰 조사 당시 2017년도 1학기 장학금 수여식 며칠 뒤 안순철 부산대 의전원 교수에게 조민의 성적이 우수하지 않고 가계가 곤란하지도 않은데 연속 장학금 수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측은 2017년 4월 장학위 회의에서 조민 씨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안순철은 2017년 조민의 이름을 몰랐고 2018년에야 (조민이) 연속 장학금을 받는 걸 알게 됐다"며 "증인의 기억이 틀린 건지 안순철이 (진술이) 잘못된 건지" 물었다. 이 전 원장은 "2017년 4월 19일 (장학금 수여식) 이후"였다고 답했다.

이후 조 전 장관 측이 "그때는 안순철이 조민의 이름도 몰랐다"며 언성을 높였고, 재판부가 중재에 나섰다. 이 전 원장은 "2017년인지 2018년인지 기억이 뚜렷하지 않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 측이 "검찰이 먼저 (날짜를 제시)한 거 아니냐"고 묻자 검찰은 "일방적 추측에 의해 상대를 폄하하는 내용은 지양해달라"고 반박했다. 결국 또 재판부가 "객관적 사실을 위주로 확인해달라"고 중재에 나서면서 공방은 멈췄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감찰 무마 가족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에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조 전 장관에게 직무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청탁금지법 위반죄는 성립한다고 봤다.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비슷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고, 조 전 장관과 함께 넘겨진 재판에서는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10일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은 '딸 기소와 관련해 한마디 해달라',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사면과 관련된 입장이 있는가', '아들의 기소 가능성도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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