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판사 정직 1년이 최고…사법부 신뢰는 어디로
입력: 2023.08.02 05:00 / 수정: 2023.08.02 05:00

성매매 재판 참여…"엄벌 필요" 지적도
"법관, 윤리 의식 요구되는 위치" 비판


서울로 출장을 왔다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현직 판사가 과거 다수의 성매매 관련 재판에 참여한 게 알려져 법관의 윤리적 의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서울로 출장을 왔다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현직 판사가 과거 다수의 성매매 관련 재판에 참여한 게 알려져 법관의 윤리적 의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현직 판사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법관 윤리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2일 한 지방법원 소속 A판사가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30대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판사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현직 판사이며 현재 서울 출장 중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판사는 사건 직후 한 달가량 재판 업무를 계속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7월 17일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고, 재판 일정이 잡혀 있던 일부 사건이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달부터는 형사 재판 업무에서 A판사를 배제하고 민사신청업무를 맡게 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지난달 31일 징계를 청구했다.

A판사는 과거 여러 성매매 관련 재판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사는 현재 소속된 지방 법원에서 형사항소 합의부 배석 판사로 총 7건의 성매매 알선 사건 재판에 참여했다. 특히 2021년 성매매 알선 업주 3명의 항소심에서 A판사는 피고인에게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사건 이틀 전인 6월 19일 사법연수원의 법관 연수에서 '법관의 균형 잡힌 성인지를 위하여'라는 강의를 수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판사는 징계를 받더라도 최고 정직 1년에 그친다.

헌법 106조 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는 정직 1년이다. 이같이 무거운 징계는 재판 청탁에 따른 금품 수수 외에는 흔치 않다. 2015년 사채업자에게 청탁 대가로 2억여원을 받은 최모 판사가 정직 1년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듬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등에게 재판 청탁 대가로 1억 8000여만 원을 받은 김모 판사의 경우도 있다.

이같이 판사 징계에 신중한 이유는 판사 신분 보장을 통해 사법부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탄핵 이외에는 파면되지 않는 법관 징계제도는 사법부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A판사가 다시 형사 재판에서 판결하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법원 판결에 대해 수긍을 못 하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종훈 일로 사당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도 "판사라는 직업은 고도의 윤리 의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분 보장이 되는 것"이라며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지른 상황에서 재판을 한다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판결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징계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판사는 대체로 퇴직의 길을 걷는다. /더팩트 DB
중징계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판사는 대체로 퇴직의 길을 걷는다. /더팩트 DB

다만 중징계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판사는 대체로 퇴직의 길을 걷는다.

징계 후 판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변호사 등록에는 큰 문제가 없다. 지난 2016년에도 현직 부장판사가 불법 성매매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법원은 B판사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더팩트> 취재 결과 B판사는 감봉 처분 이후 사표를 제출했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변호사 등록에 결격사유는 없다. 변호사법 5조는 금고 이상의 형 선고 후 5년, 집행유예 기간 후 2년이 지나면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파면이나 제명 후 5년, 해임 후 3년, 면직 후 2년이 지나면 역시 가능하다. 정직 징계를 받더라도 기간이 끝나면 문제가 없다.

8조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로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때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는 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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