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추가
'특검은 공직자인가' 또 하나의 쟁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영수(71) 전 특별검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 재판 내용과 지난 판례를 종합할 때 △특검이 공직자에 해당되는지 △딸과 경제적 공동체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재죄 구속영장 기각된 검찰…청탁금지법 위반 적용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최근 박 전 특검의 딸 박모 씨와 아내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시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혐의사실에 포함한 8억 원 외에 딸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받은 특혜성 이득에도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이다. 검찰은 딸도 공범으로 입건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공직자 등이 동일인에게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합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성립한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11월 국정농단 특검으로 임명돼 2021년 7월 사퇴할 때까지 근무했다.
박 씨는 2016년 6월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 주선으로 화천대유에 입사해 2021년 9월까지 약 6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2019∼2021년 5차례에 걸쳐 화천대유에서 11억 원을 빌리고, 2021년 6월 화천대유 소유의 대장동 소재 아파트 한 채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아 약 8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가 이렇게 거둔 이익만 약 2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씨가 얻은 이익 가운데 대장동 멤버들이 박 전 특검에게 약속한 50억 원의 일부가 포함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박 씨 역시 이런 과정에 박 전 특검과 공모한 것으로 보고 함께 입건했다. 박 씨는 대장동 아파트를 부당한 수의계약을 통해 취득한 혐의(주택법 위반)로도 입건된 상태다.
검찰은 앞서 박 전 특검이 2014~2015년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전달하고 그 대가로 약 200억 원 규모의 땅과 상가를 받기로 약속했다는 혐의사실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놓고는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특검은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지난달 30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보완수사를 통해 기존 혐의의 사실관계를 구체화하는 한편 딸이 받은 이익의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추가 혐의를 정리한 뒤 이르면 이달 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50억 클럽' 의혹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남용희 기자 |
◆특검은 '공직자'인가…경제공동체 여부도 쟁점
박 전 특검은 이른바 수산업자 사건에서 특검이 청탁금지법 대상인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50억 클럽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를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임용·교육훈련·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 △공직자윤리법 및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공직유관단체 및 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에 따른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언론중재법에 따른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으로 정의한다.
박 전 특검이 딸 박 씨와 경제적 공동체인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딸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성인 시기에 특혜성 이득을 받았기 때문에, 딸의 이득을 아버지에 대한 이득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자식을 통해 특혜를 본 사건에서 경제적 공동체 여부는 늘 주요한 쟁점이었다. 검찰은 'KT 채용비리' 김성태 전 국회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당시 김 전 의원과 딸 김모 씨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정의했다.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딸의 KT 채용으로 김 전 의원도 결과적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취지다. 김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딸 조민 씨의 장학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박 전 특검과 같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은 조 전 장관이 조 씨의 생활비와 등록금을 부담한 점을 볼 때 딸이 받은 장학금을 조 전 장관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고 보고 해당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곽 전 의원의 경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모 씨가 결혼해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곽 전 의원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 사건 역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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