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한 공동피고인은 무죄?…'남산 3억원' 대법에 쏠린 눈
입력: 2023.07.23 00:00 / 수정: 2023.07.23 00:00

재판서 상대방 증인으로 출석 '허위 증언'
1심 "증인 적격 인정 안돼 위증 성립 불가"
2심 "증인 적격 있으나 방어권 행사 보장"


남산 3억 원 사건의 위증 혐의를 따지는 재판의 1심과 2심의 같은 무죄 판결을 두고 재판부의 해석이 다르게 나왔다. 증인으로 나온 공동피고인의 위증을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더팩트 DB

'남산 3억 원 사건'의 위증 혐의를 따지는 재판의 1심과 2심의 같은 무죄 판결을 두고 재판부의 해석이 다르게 나왔다. 증인으로 나온 공동피고인의 위증을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남산 3억 원 사건'의 위증 혐의를 따지는 재판의 1심과 2심의 같은 무죄 판결을 두고 재판부의 해석이 다르게 나왔다. 증인으로 나온 공동피고인의 위증을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2부(김수경·김형작·임재훈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5일 위증 혐의를 받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와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9월 1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남산 3억 원 사건은 2008년 2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 전 은행장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신원불상자에게 3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2010년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놓고 빚어진 신한 사태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신 전 사장은 2005~2009년 이희건 당시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과 경영자문을 맺은 것처럼 꾸며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15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과 공모해 신한은행 법인 자금 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았다. 2017년 신 전 사장은 벌금 2000만 원, 이 전 행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이들은 또다시 기소됐다. 당시 '남산 3억 원 사건'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였다. 신 전 사장과 이 전 은행장은 변론이 분리된 형사 재판에서 각각 상대방에 대한 증인으로 출석해 3억 원의 조성 및 전달 경위 등을 허위 증언해 2019년 6월 기소됐다.

이후 2019년 9월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동 피고인은 서로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위증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증 범행이 성립하려면 증인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증인 자격 없이 증인석에서 진술했다는 이유에서다. 혐의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3년 만에 진행된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증인의 자격은 갖췄다고 봤다. 다만 헌법 제12조 2항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이유로 들어 무죄 판결했다.

또 "증인으로 나와 증언했어도 피고인의 지위가 계속된다. 증인 지위보다 피고인 지위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위해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1심과 2심은 두 사람이 무죄라는 같은 결론을 냈지만, 결론을 내린 이유는 달랐다. 이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자칫하면 위증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본인이 피고인성을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 범죄에 대해서는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분리된 재판이 아닌 같은 재판에서 형식적으로 변론만 분리해 증인 신문을 한 경우 피고인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증인성은 있지만 그 자체로 위증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몇 년간의 경향"이라며 "본인이 자기부죄금지권('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는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헌법상 보장 받는데 형법상 위증죄로 처벌하는 게 맞냐는 문제는 형사재판부에서 계속 논의돼왔다"라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 범위 내에서 진술했다고 하면 허위 진술이어도 위증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한편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증언했을 경우 위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조용현 변호사는 "증언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자기 사건에서 충분히 자기방어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다"며 "불리한 내용이 대해서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어 위증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다. 증언을 거부하지 않고 위증했다는 건 위증죄 처벌 대상이라는 의미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판결은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증인으로서 위증할 경우 위증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 보인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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