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준 기금에 과세 부당"…SK브로드밴드 1심 승소
입력: 2023.07.17 07:00 / 수정: 2023.07.17 07:00

법원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이 준 100억, 회사 익금 아냐"

법원이 대주주로부터 받아 위탁 관리하던 기금에는 법인세를 부과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남용희 기자
법원이 대주주로부터 받아 위탁 관리하던 기금에는 법인세를 부과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법원이 대주주에게 위탁받아 관리하던 기금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익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5월 11일 SK브로드밴드가 동수원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등 취소 소송에서 SK브로드밴드 승소로 판결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20년 5월 6일 티브로드를 흡수합병했다. 앞서 티브로드는 2017년 3월 개인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중소PP(Program Provider) 운영 및 지원을 위한 공동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PP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과 특정 채널의 전부나 일부 시간을 쓰기로 계약을 하고 그 채널을 사용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이후 티브로드는 이 전 회장에게 받은 100억 원 기금으로 2017년 9월~2019년 7월 총 6회에 걸쳐 21개 중소PP에 합계 38억 3900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2019년 12월 티브로드와 이 전 회장은 양해각서를 합의 해지했고, 해지한 날 티브로드는 이 전 회장에게 이미 지급된 금액을 뺀 미사용 정산금 61억 7900만 원을 반환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2월부터 6월 티브로드에 대한 법인세통합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티브로드가 이 전 회장에게 받은 기부금 100억 원과 그 이자수입을 티브로드의 '익금(회사의 순자산을 증가시킨 거래로 생긴 수익)'으로 판단했다. 반환금 61억여 원에 대해서는 이 전 회장에 배당한 것으로 소득처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이를 합병된 존속법인 원고 SK브로드밴드의 2017 사업연도 법인세로 과세하겠다고 통지했다. SK브로드밴드는 국세청장에게 과세전적부 심사를 청구했으나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은 61억여 원을 SK브로드밴드의 2020년 귀속 소득금액으로 변동 통지했고, 동수원세무서는 2017년 사업연도 법인세를 25억여 원으로 경정·고지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도 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기부금 100억 원은 티브로드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해 발생한 이익 또는 수입 금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100억 원을 익금이라는 전제로 본 소득금액변동통지나 2017년 법인세 부과 처분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티브로드와 이 전 회장의 100억 원 거래는 신탁 또는 그와 유사한 성질의 비전형적계약으로 법률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봤다.

앞서 이 전 회장은 2012년 법원에서 배임수재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특정 회사로부터 채널 배정을 잘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이 전 회장이 지정한 회사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는 혐의였다.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는 티브로드가 배임수재의 피해자이므로 이 사건 금원은 티브로드가 피해 변제 명목으로 증여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티브로드가 양해각서에서 정한 목적에 따라 기금을 중소PP 등을 위해 지출했다"며 "무관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던 점, 티브로드 자산으로 회계처리가 되지도 않았던 점 등을 토대로 해당 기금을 티브로드의 '익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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