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4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7차 공판을 열었다./인천국제공항=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공시 누락 등으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공판에서 검찰이 쌍방울그룹 계열사 직원에게 김 전 회장의 별명을 물으며 공시 누락 경위를 추궁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4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의 7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 측 증인으로 쌍방울의 공시책임자로 근무했던 계열사 직원 심모 씨 등이 출석했다.

검찰은 심씨에게 쌍방울이 2018년 11월 제6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공시에 '발행대상 회사와 최대주주와의 관계' '전환사채가 담보로 제공된 사실' 등이 누락된 이유를 캐물었다.

김 전 회장 소유의 비상장회사 '착한이인베스트'는 쌍방울이 제6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한 후 이를 전량 매입했다. 착한이인베스트의 최대주주는 김 전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착한이인베스트는 CB를 담보로 제공해 제2금융권인 A저축은행에서 100억 원을 대출받았고, 이는 쌍방울의 계열사인 나노스와 광림의 유상증자 마련에 각각 사용됐다.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는 김성태가 설립한 회사임이 명백함에도 최대주주와의 관계가 공란으로 되어 있다"며 "전환사채 발행 시 '최대주주와의 관계'와 '주식 등 담보제공 내역'은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참고할 만한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을 속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별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검찰은 심씨에게 "착한이인베스트 사명에 나오는 '착한이'가 김 전 회장의 별명인데, 정말 오너의 회사인 줄 짐작하지 못했냐"고 재차 물었다.

심씨가 "당시에 알지 못했다"고 답하자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의 주주명부를 제시하며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A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A씨는 당시 착한이인베스트의 대표이사였다.

검찰은 "당시 주주명부에 김성태가 최대주주로 표시되어 있고 A씨의 주소가 김성태와 동일한 주소로 되어 있다"며 "이를 봐도 착한이인베스트가 김성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당연히 알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로고의 모습. /박헌우 기자

반면 김 전 회장 측은 당시 금융감독원 규정에 담보제공 내역과 자금의 원천 등은 공시 의무가 아니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쌍방울그룹의 자금 조달을 담당했던 전 경영총괄부회장 김모 씨도 "당시 규정에 맞게 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공시 대상이 아니어서 공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숨기고 누락시키려고 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를 잘못할 경우 후속 처벌이 크기 때문에 임원들과 꾸준히 크로스 체크를 했다"면서도 "김성태 전 회장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에조차 표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도 "너무 무리한 말씀"이라며 "기타사항을 적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씨는 착한이인베스트 설립 경위도 당시 A저축은행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A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SPC를 설립하는 게 좋겠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신규 SPC를 설립해서 그 명의로 대출을 받는 구조는 당시 시장 일부에서 통용되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 200억 원을 거래하면서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하거나 누락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2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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