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김성태 "이재명, 스마트팜 비용 대납 알고 있었다"
입력: 2023.07.12 00:00 / 수정: 2023.07.12 00:00

이화영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작심발언
'뇌물 관련' 증언은 "기억 안 난다" 거부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1일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공판을 열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문했다./인천국제공항=이새롬 기자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1일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공판을 열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문했다./인천국제공항=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스마트팜 비용 대납을 알고 있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성태 전 회장은 11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가 심리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에게 기존 입장을 뒤집고 직접 증인 출석을 요청한 이유를 묻자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측 변호인과 언론에서 나와 안부수, 리호남이 짜서 나노스 주가조작을 했다느니 황제 도피를 했다느니 주장해서 저 뿐만 아니라 회사의 명예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 직접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세 차례 소환됐지만 "입장 정리가 안 됐다"는 등의 이유로 증언을 거부해왔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시작 경위를 놓고 "오래 전부터 형으로 모시고 평소 친분이 있던 이화영이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취임했고,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니 대북사업에 도움을 줄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의 대북사업과 쌍방울의 대북사업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뇌물 관련' 혐의는 증언을 거부했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와 불법 정치자금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에 관해 질문하자 김 전 회장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뇌물과 관련된 건 다음에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의 연관성도 직접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이 지사가 쌍방울그룹이 북한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한 것을 다 알고있었다. 그래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경우 정부 차원 지원도 기대할 수 있기에 대납했다"며 "당연히 그분(이재명)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검찰이 거듭 질문하자 "맞다"며 "그 질문 한 10번째 물어보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이 내가 방북비를 다 부담한다는 내용을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것을 내게 수차례 얘기했다"며 "이재명의 '동행 방북'에 대해 확답을 받고자 이화영에게 이재명과 직접 만남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이 전 부지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화영 페이스북 갈무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이 전 부지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화영 페이스북 갈무리

스마트팜 비용 대납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통화했다는 주장도 다시 꺼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인사들과 술을 마실 때 이화영이 전화를 바꿔줘 이재명과 통화했다"며 "이재명이 '(경기도와 함께)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만남은 끝내 불발됐다고 밝혔다. 2019년 9월 필리핀에서 열린 2차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이후와 2020년 11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둔 2021년 8월 이 대표와 만나기로 했지만 모두 무산됐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2019년엔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서, 2020년엔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악의적 비난 방송을 해서, 2021년에는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제기돼서 취소됐다"며 "마지막엔 저도 (이재명을) 만날 마음이 안 생겼다"고 밝혔다.

검찰이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얘기를 묻자 김 전 회장은 "1년 넘게 회사(쌍방울)가 수사를 받고 있고, 저희 임직원들도 10번 이상씩 조사를 받았을 거다. 제 자신도 괴롭고, 언론에선 제게 조폭이라고 하는데, 어릴 때 공부를 못 했다고 무식하다고 사람이 나쁜 일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쌍방울 인수 후 지금껏 하루 24시간 회사 생각을 안 하고 산 적이 없다. 재무제표상 적자였어도 직원들 월급 한번 밀린 적도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최근 선배 때문에 컴퓨터 하드디스크 훼손 등 증거인멸로 직원 12명이 처벌받았는데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재판 내내 이 전 부지사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마지막 말을 마친 후 방청석에서 소란이 벌어져 일부가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방청객들은 김 전 회장을 향해 "회장님 힘내세요"를 소리쳤고, "이재명도 구속하고 수사하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이에 법원 직원이 제지하고 퇴정을 요구했지만 소란은 법정 밖까지 이어졌다.

재판부도 "법정 질서를 지키라"며 "재판에 부적절하게 개입하는 경우 제재 조치를 받는다. 오늘 한 번은 넘어가지만 다음 기일에도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즉각 감치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부지사의 다음 공판은 18일 열린다. 김 전 회장은 이날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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