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구속' 재시도…사실부터 법리까지 만만찮네
입력: 2023.07.05 05:00 / 수정: 2023.07.05 05:00

검찰 보강수사하겠다지만 법리 벽은 어떻게?
"기소해도 유죄 선고 만만치 않아" 분석도


박영수(사진)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50억 클럽 실체 규명의 부담을 떠안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헌우 기자
박영수(사진)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50억 클럽' 실체 규명의 부담을 떠안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50억 클럽' 실체 규명의 부담을 떠안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원의 기각 사유를 볼 때 영장 발부는 물론 공소 유지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법원의 기각 사유 검토와 보완 수사에 집중하며 구속영장 재청구를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12월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에게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나 여신의향서 발급을 도와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억 원 상당의 대가를 약속받았다고 보고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5년 3월 우리은행이 내부 반대로 컨소시엄에 불참하자 같은 해 4월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표 김만배 씨에게 5억 원을 수수하고 50억 원을 약속받았다고도 봤다. 특히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 5억 원을 화천대유 증자대금으로 김 씨에게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대장동 사업 지분을 확보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법원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고 봤다. 대가 약속 등의 사실이 실재했는지부터 실재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모호해 지금 단계에서는 박 전 특검을 구속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50억 클럽'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도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시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모 씨가 대장동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받은 퇴직금 50억 원(세금공제 뒤 25억 원)을 두고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을 막은 대가라고 의심하면서도 구체적인 알선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다.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곽 전 의원이 알선한 하나은행 측 대상자를 특정하고, 25억 원을 알선의 대가이자 국회의원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돈이라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해 영장을 재청구했고 곽 전 의원은 구속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박 전 특검은 재청구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사실관계부터 법리까지 문제삼은 법원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검찰의) 주장만 있을 뿐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으로 읽힌다"며 "단순 재청구로는 큰 승산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영장 발부를 얻어내려면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 확보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건 법원도 (영장에 기재된 내용이) 무슨 혐의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은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부적절한 금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금원의 성격이 소위 말하는 대가성에 의한 금원인지, 확정적으로 받기로 한 약정인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범죄 성립의 여지가 굉장히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금품 수수·약속과 관련한 증거가 나와도 법원에서 지적한 직무해당성의 벽이 남아 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 권유는 상식적으로 은행 이사회 의장의 직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법원도 그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며 "보강 수사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건 증거의 문제로, 법리적인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 역시 "직무해당성 범위를 좁게 보는 것이 우리 법원의 판례"라며 "비교적 직무 범위가 넓은 국회의원이었던 곽 전 의원도 결국 비슷한 사건으로 무죄를 선고받지 않았는가. 이 사건 역시 영장까지 쳤으니 결국 기소하겠지만 유죄 선고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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