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영수 구속 '완패'…보강 수사에 명운
입력: 2023.07.02 00:00 / 수정: 2023.07.02 00:00

법원 "사실관계·법리 모두 다툴 여지" 영장 기각
검찰 "보강수사로 재청구"…법조계 "성립 어려울 듯"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헌우 기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50억 클럽'을 수사하는 검찰이 핵심 멤버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법원이 사실관계부터 법리까지 문제 삼으면서 적용 혐의부터 총체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수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30일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의 주요 증거인 관련자들의 진술을 이 법원의 심문 결과에 비춰 살펴볼 때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하여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인다"며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12월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에게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나 여신의향서 발급을 도와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억 원 상당의 대가를 약속받았다고 봤다.

2015년 3월 우리은행이 내부 반대로 컨소시엄에 불참하자 같은 해 4월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표 김만배 씨로부터 5억 원을 수수하고 50억 원을 약속받았다고도 의심한다.

특히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 5억 원을 화천대유 증자대금으로 김 씨에게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대장동 사업 지분을 확보했다고 봤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29일 영장실질심사 직후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민간업자의 청탁, 청탁이 우리은행 내부에 전달된 과정, 여신의향서 제출 등 청탁의 실현, 민간업자들로부터 이익 수수, 약속 등의 정황을 검찰이 확인한 관련자 진술, 객관적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법원에) 확인해 드렸다"며 "특히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서 영향력을 가지고 민간업자 청탁을 받아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약속받고 실제로 수수한 사실이 대장동 비리에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이 연루된 50억 클럽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이새롬 기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이 연루된 '50억 클럽'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이새롬 기자

하지만 법원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고 봤다. 대가 약속 등의 사실이 실재했는지부터 실재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모호해 지금 단계에서는 박 전 특검을 구속할 수 없다는 취지다.

법원은 또 박 전 특검의 '직무해당성 여부'도 짚었다. 박 전 특검에게 적용된 수재죄는 금융회사 종사자가 직무에 관해 금품 등 이익을 수수하거나 약속했을 때 적용되는 혐의다. 비슷한 혐의인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와 형법상 배임수재와 비교하면 월등히 무거운 형량이다. 알선수재와 배임수재의 형량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특검을 수재죄의 전제인 '금융기관 종사자'로 볼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 전 특검으로서는 비상근 명예직에 불과해 금융기관 임직원으로 볼 수 없고, 구체적인 은행 사업과 동떨어진 정책 회의 주재 업무만 관할했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고 법원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 역시 "기각 사유를 종합했을 때 수재죄 성립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소해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선례처럼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로서는 적용 혐의부터 되짚어 봐야 하는 시점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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