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뇌물 의혹' 이화영 전 부지사 공판
경기도 사업권 쌍방울에 약속한 정황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37차 공판을 열었다./경기도 제공 |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전기오토바이 사업 지원을 약속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사업 진행이 더디자 이 전 부지사에게 분노를 터뜨렸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의 각종 사업권을 쌍방울에 약속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37차 공판을 열었다. 이 전 부지사와 같이 기소된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도 출석했다.
이날 공판에는 전 쌍방울그룹 미래전략실 대표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기자동차 전문가로 입사한 김씨는 2019년 2월경 쌍방울그룹의 전기오토바이 관련 사업 추진을 담당했다.
김씨는 이 전 부지사에게 경기도의 '친환경 예산 편성' 계획을 들은 방 부회장의 지시를 통해 전기오토바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 친환경 예산 편성 항목에는 전기오토바이·마스크 사업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사업 진행이 더디자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의 통화에서 분노했던 상황을 직접 봤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사업 지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자 김성태 전 회장이 회의 도중 임원들이 동석한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기자동차·오토바이 관련 사업 경험이 없던 쌍방울그룹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이 전 부지사의 제안이 있었다고 본다. 이외에도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폐기물 사업과 안산시 쓰레기매립지 공원 조성 등 경기도의 각종 사업권을 제안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전기 오토바이 사업 추진이 촉발된 건 이화영 때문"이라며 "자동차도 아니고, 전기 오토바이 분야는 생소해서 시장조사가 잘 돼있지 않다. 당시 '친환경 예산 편성을 돌려줄 수 있다'는 이 전 부지사의 구두 약속에서부터 (사업이) 시작된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방 부회장의 사업 지시도 "(경기도에서) 어느 정도 '개런티성' 얘기를 들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쌍방울 그룹 비리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새롬 기자 |
검찰 역시 "중견 기업인 쌍방울이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없이 일단 한번 (전기오토바이) 사업을 해보자고 '맨땅에 헤딩'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의 '전기자동차 사업 요약본'을 제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자료를 보면 '경기도가 전기오토바이 보급을 적극 권장하여 추가예산을 확보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만일 경기도 측에서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 (쌍방울이) 이같은 내용을 요약서에 쉽게 기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그룹에서 법인카드와 차량 등 약 3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부지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전 부지사 등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4일 열린다. 이날 공판에서는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직원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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