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상공개' 급물살…"실익 있나" vs "피의자도 하는데"
입력: 2023.06.25 00:00 / 수정: 2023.06.25 08:02

무죄추정 원칙 위배 쟁점화
범죄예방 효과 실증조사 쟁점
알권리 위해서도 필요 의견도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을 계기로 피고인 신상공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22일 오전 가해자 A씨가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장면./커뮤니티 캡쳐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을 계기로 피고인 신상공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22일 오전 가해자 A씨가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장면./커뮤니티 캡쳐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을 계기로 피고인 신상공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행법상 중대범죄 피의자는 논의를 거쳐 신상공개가 가능하지만,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불가능하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A씨는 지난 12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최근 상고했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행법상 A씨의 신상은 공개될 수 없다.

당정은 피고인을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신상공개 대상 범죄 범위를 '마약·테러·내란·외환·아동성범죄·불특정인 대상 무차별범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여성 대상 강력범죄 가해자 신상공개 확대 추진을 직접 강조했다. 당정은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피고인 신상공개를 둘러싸고 '무죄추정의 원칙 위배' 등 위헌 요소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헌법 27조 4항에 따르면 형사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피고인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범죄예방이 목적인 피의자 신상공개와 달리 명분이 없고, 재판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현저히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가해자의 범행이 CCTV 등 물적 증거로 밝혀진 상태다.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에 김 실장은 "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와 관련없이,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피고인) 신상공개는 그 자체를 독립적으로 생각할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과 맞물려서 검토해야 하는데, 국민 여론을 비롯해 최근 언론 보도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될 수 있다는 문제를 별로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고 했다.

피고인 신상 공개의 실익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신상 공개는 잠재적인 피해 보호와 또다른 추가범행을 막을 수 있다는 효과가 있지만, 피고인 신상공개는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보더라도 가해자가 (이미) 구속돼 있는데, 신상 공개에 실익이 어디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에게 형벌처럼 모욕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겠다는 목적이라면 정당한 공익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상공개라는 (가해자에 대한) 응보와 보복의 목적보다는 범죄예방의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상공개가 도입돼도 피고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이 얼굴이 공개된 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더팩트 DB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이 얼굴이 공개된 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더팩트 DB

반면 피고인은 '수사 초기' 단계인 피의자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벗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신상공개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더 가까운 피의자는 신상공개가 가능한데,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신상공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라며 "피의자 신상공개 규정도 만들어져 있으니 피고인 공개 제도도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2차가해 방지'를 위한 대책은 중요하다. 승 위원은 "신상공개 대상이 넓어질수록 가해자의 가족 등에 대한 2차 가해가 따라올 수 있다.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범죄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경우 신상공개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돌려차기남'의 경우 피의자로 조사받을 땐 성폭행 혐의가 없었는데 나중에 재판 중 추가됐다. 그런데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이라 (신상공개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피고인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와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최 교수는 "사회적으로 흉측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외국에서도 범죄자의 머그샷을 즉시 촬영해 공개하는 만큼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 시 이익이 크다고 판단되면 알 권리의 범위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법을 두고도 찬반 양론이 치열하다. 과도한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는데도 사전 연구와 실증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일종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차가해 방지 논의만 이뤄진다면 입법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결국 정부여당의 법안 검토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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