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1일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사진은 조 회장이 3월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타이어그룹 조현범 회장의 가족 대화방에서 법인차량 포르쉐를 '엄마 전기차'라고 부른 내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1일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신청한 서증에 대한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조 회장의 자택 차량 출입 내역 및 가족 단체 대화방 등 조 회장 혐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를 공개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법인 명의로 외제차를 구입·리스해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조 회장 가족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공개한 검찰은 "조 회장의 아내가 회삿돈으로 구입한 포르쉐 타이칸 차량에 대해 '엄마 전기차'라고 언급한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페라리 488 피스타 차량을 놓고는 "한국타이어 직원의 컴퓨터 내부 폴더에 '오너 차량'이라고 기재돼 있었다"며 "이 차량의 자동차등록증 역시 조 회장의 주거지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포르쉐 911 타르가 차량에 대해서는 "차량 계약 직후인 2021년 3월부터 조 회장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된 올해 1월까지 '200회' 넘는 자택 출입 기록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타이어 개발 테스트용'이라고 기재된 한국타이어 회사 내부 품의서도 제시됐다. 품의서 속 레인지로버 차량의 '리스 및 구입 목적'란에는 '고성능 SUV 타이어 개발 위한 테스트용'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공범으로 기소된 한국타이어 직원 박모 씨가 조 회장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레인지로버 차량을 '직접 구입할지 회사 명의로 구입할지' 문의한 내용도 공개됐다. 검찰은 "(정말) 테스트용이었다면 당연히 회사 명의로 구입하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 측은 지난 공판에서 법인차량 사적 사용 혐의의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모두 배임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변호인은 "일부 차량은 TV광고 등 마케팅에 사용되기도 했고, 의사결정권자이자 임원인 조 회장이 '일반 고객' 관점에서 직접 경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혐의인 법인카드 사적 사용 혐의를 두고는 변호인과 검찰 간 공방이 오갔다. 검찰이 조 회장과 가족의 항공권 사용 내역 및 호텔 숙박 예약 내역 등을 제시하자 변호인은 "가족이 언급된 사적 정보"라며 반발했다. 이에 검찰은 "최소한으로 줄여서 대표적인 케이스 몇 개만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5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구속 기소됐다. 2014년 2월~2017년 12월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도 있다.

조 회장의 다음 공판은 내달 5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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