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뇌물 혐의 앞서 기업범죄부터 입증"
김성태 측 "수사기록 방대해 파악 어려워"
불법 대북송금과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사진은 김 전 회장이 지난 1월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는 모습./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혐의에 대해 "기업 범죄 종합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2일 외국환거래법 위반·뇌물·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을 받는 김 전 회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직접 준비한 PPT로 입증 계획 등을 20여분간 설명하면서 김 전 회장의 공소사실에 대해 "기업 범죄의 종합판"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타인 자본으로 상장사를 순차 인수하고 비상장회사를 동원해 자금을 횡령, 자본 조달을 위해 허위 공시를 하는 등 전형적인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시장 교란 범주 안에 있는 조합원 지분 임의이전 및 전환사채 재매각 관련 사기적 부정거래 등은 현재 계속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혐의인 뇌물공여와 불법 대북송금에 대해서는 "사업 확장을 모색하면서 남북교류 협력 추진 중이던 당시 정치권 분위기에 편승해 유력 정치인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쌍방울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비롯해 수억 원의 뇌물을 공여하고 불법 대북송금을 했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증거인멸 교사까지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당초 김 전 회장의 불법 대북송금과 뇌물 혐의부터 입증 절차를 진행하려 했지만 김 전 회장 측이 의견을 내지 않아 기업 범죄 혐의부터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검찰의 신속한 증거 의견 제시 요청에 대해 "수사기록이 너무 방대해 단시간에 파악하기 어렵다"며 "검찰에서 증거 목록을 제출할 때 어떤 사실에 대한 증거인지 표시해주면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판 단계에서 적절치 않다"고 반발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지난 공판에서도 검찰이 공소장에 김 전 회장을 '기업사냥꾼'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재판부에게 불리한 예단을 갖도록 한다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회장 측은 "자금의 원천이 김 전 회장의 '개인 재산'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를 사용한 것은 횡령이라고 볼 수 없다"며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배임 혐의도 "구체적 자금조달 방법까지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뇌물 공여 혐의는 사실관계는 어느정도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공판에선 쌍방울그룹 직원 두 명에 대한 증인 신문도 진행됐다.
쌍방울그룹의 재경팀장으로 근무했던 김모 씨는 김 전 회장이 임직원 명의로 세운 비상장회사인 고구려37과 희호컴퍼니에 대해 "대표자들이 쌍방울의 '내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인수 자금을 위해 설립된 회사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쌍방울그룹의 계열사인 광림에서 공시담당자로 근무했던 김모 씨는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가 직속 상사였기 때문에 그에게 받은 자료로 공시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9~2021년 쌍방울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회사 5곳의 자금 약 538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와 차량 제공 등 약 3억3000만 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2019년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스마트팜 사업비 등 8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한에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있다. 검찰은 이 중 300만 달러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 비용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9일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추가 증인 신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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