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자유 vs 수면권 논란…'전력 단체' 차별엔 부정적
입력: 2023.06.08 00:00 / 수정: 2023.06.08 00:00

여당, 심야 집회·불법 전력 단체 집회 제한 추진
법조계 "0~6시 금지 고려할 만…'전과 단체' 차별은 안돼"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 여당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추진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남용희 기자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 여당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추진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 여당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추진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0~6시 집회 금지는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적극 고려한 것이지만,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당정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협의회에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집시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밖에도 △불법 집회 전력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 제한 △집회·시위 소음 기준 강화 △집회·시위 대응에 대해 경찰의 공권력 사용을 위축시킨 매뉴얼 개선 등을 거론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민께서 더는 과도한 집회·시위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신속한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지만 잡음이 크다. 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는데, 심야 시간대라는 이유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문제의 조항은 집시법 10조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옥외집회 금지 시간대를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규정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해가 진 뒤부터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심야 시위를 전면 금지한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이후 헌재는 2014년에 이 조항에 대해 재차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야간시위 허용 범위를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로만 제시했다. 당시 헌재는 "야간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사회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시위 참가자 등의 안전과 제삼자인 시민들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면서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가변적이고 광범위한 시간대의 시위를 모두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오늘날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근무·학업 시간,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된 현대사회의 생활형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정 이후의 시위 금지 여부를 두고서는 "국민의 주거 및 사생활의 평온, 우리나라 시위의 현황과 실정,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을 국회로 넘겼다. 하지만 국회가 보완 입법을 하지 않으면서 자정 이후 심야 집회와 관련해서는 헌법불합치 이후 14년째 입법 공백 상태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이새롬 기자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이새롬 기자

결국 집회의 자유와 '수면권' 등 시민의 평온한 생활 영위를 저울질해야 하는 문제다. 법조계에서는 집회의 자유 못지않게 시민의 평온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0~6시 시간대에 집회를 열었을 때 집회의 목적인 의사 관철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해당 시간대 집회 시 얼굴 식별이 어려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시민의 주거의 평온 등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심야 집회 제한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심야 집회를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회의 목적은 의사 관철인데 시민의 평온한 생활이 지켜져야 하는 0~6시 시간대에 이러한 집회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지, 집회의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를 따져볼 문제"라면서도 "드물게 심야에 집회를 열어야 하는 사정이 존재할 수 있으니 법으로 금지하는 것보다 경찰의 적의 판단과 법원의 가처분을 통해 집회 가부를 따지는 게 더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집회의 자유의 우월성을 고려하면 집회를 아예 금지할 게 아니라 자정 이후 확성기 사용 금지 등 집회 방식을 제한하는 것이 옳다"라고 했다.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제한하는 법안 내용에는 대부분 우려를 표했다. 차 교수는 "현행 집시법에도 집회를 금지할 여러 조건이 규정돼 있는데도 불법 전력을 가진 단체까지 금지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며 "특정 단체의 집회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등 헌법상 금지된 '집회 허가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장윤미 변호사 역시 "불법 전력을 어떻게 평가할 지부터 의문이다. 조합원 한 명이 집시법을 위반했다면 소속 단체 전체의 집회를 제한할 것인가"라며 "집회 신고제를 허가제로 퇴보하려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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