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받아서 증거인멸 우려?…이성만 구속영장 논란
입력: 2023.06.01 17:03 / 수정: 2023.06.01 17:03

이성만 "조사과정 중 증거 파악했다고 영장 청구"
검찰 "기존 증거인멸 정황과 종합적 검토"


지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만(가운데)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용희 기자
지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만(가운데)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구속 사유로 '검찰 조사과정에서 증거를 파악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증거를 보여준 다음 이를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로 역이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이 의원과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 대해 정당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날 이들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에 송부했고,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보고됐다.

이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은 정해진 수순처럼 막무가내식 인신구속으로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 결국, 혐의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엔 관심이 없고 단지 저와 야당을 망신 주려는 정치적 의도에만 충실하다"며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정치적 의도 아래,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법권을 남용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검찰이 주장하는 구속 사유를 언급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검찰은 '검찰 조사과정을 통해 검찰이 가진 여러 증거를 파악했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매우 크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를 놓고 "검찰이 요구한 조사에 성실하게 임한 것이 결국 검찰의 구속 사유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보여줬기 때문에, 피의자가 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으니 구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검찰 관계자는 "그걸 증거인멸 사유로 적시한 건 아니다. 수사 전후를 막론하고 주요 혐의자 및 사건 관계인 사이에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넘어선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및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이 제시해 알게 된 증거를 피의자가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대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수사과정에서 증거를 제시했고, 그 증거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 없이 기존의 증거인멸 정황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이를 증거인멸 정황이라고 판단했다"며 "단순 부인했다고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는 건 아니다. 부인하는 걸 근거로 기존 수사과정에 있었던 행위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증거인멸 정황으로 판단돼 영장에 적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걸 알면서도 자료를 제시했냐는 물음에는 "부인을 넘어서 진술 내용이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 있을 때 다른 증거인멸 행위와 결합해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앞으로도 검찰이 관련 증거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추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민주당 돈 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이새롬 기자
'민주당 돈 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이새롬 기자

한편 검찰은 금품수수가 의심되는 의원들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 본관 출입기록을 요구했으나 국회사무처는 출입기록이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혐의 또한 구체적이지 않다며 불응했다.

검찰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었고 송 전 대표 캠프 의원들이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자주 모여 회의를 한 것으로 파악하면서 금품이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등에서 제공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의원 등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2021년 4월 28일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100만 원이 든 돈 봉투 10개가 살포됐고 이 의원도 이 자리에서 돈 봉투 1개를 수수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금품 수수 국회의원을 특정한 검찰은 이들의 행적과 동선을 교차 검증하기 위해 국회의원·보좌관 10여 명의 본관 출입기록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한 의원들의 관련 행적이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료 요청을 했다"며 "검찰로서는 (불응한 이유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개인 인적 사항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검찰에 계속 자료를 제공해 줬던 출입 내용에 대한 자료를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팀에서는 수사 사안에 맞춰 필요한 조치를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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