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제조·운반 혐의만 인정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주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고 한 일당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김 모 씨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주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고 한 일당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를 받는 길모(26) 씨와 박모(36) 씨, 범죄단체 가입 혐의를 받는 김모(39) 씨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재판에는 세 사람 모두 출석했다.
길 씨 측은 마약 음료 제조와 운반 혐의만 인정했다. 자신이 만든 마약 음료를 미성년자에게 먹게 하거나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줄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또 길 씨는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알려진 이모 씨가) 가족 관계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할 수 있고 보이스피싱범으로 엮일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 측도 "보이스피싱 업무인 줄 몰랐다"며 "자신이 취득한 이익 자체가 범죄 수익이라는 것을 몰라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중계기를 이용해 번호를 변작한 혐의는 인정했다.
박 씨는 필로폰 운반 혐의 등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길 씨는 마약 음료 제작과 운반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 사실에 대한 고의성 입증, 김 씨는 부인하는 혐의에 대해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이날 재판으로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28일 첫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달 3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 기음행사를 하고 있다"며 미성년자에게 마약 음료가 담긴 병을 건네 마시게 하고, 이를 빌미로 학부모에게 전화해 금품을 요구하는 등 협박한 사건이다.
길 씨는 2023년 2월경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해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알려진 친구 이모 씨의 지시를 받고 우유에 필로폰을 넣은 음료를 50개를 제작해 미성년자 피해자 14명에게 제공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마약 음료를 마신 피해자 6명에게 마약 음료를 먹은 사실을 이용해 신고한다고 협박해 금액을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김 씨는 2023년 2월부터 4월까지 변작중계기를 이용해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바꿔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2023년 3월 이 씨의 지시에 따라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부평구 소재 주택 현관에 놓고 길 씨가 수거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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