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음주운전으로 초등생 사망' 40대 1심 징역 7년
입력: 2023.05.31 15:48 / 수정: 2023.05.31 15:48

"어린 아이가 비극적으로 생 마감"…도주치사는 무죄
유족 "경종 울릴 형량인지 의심스러워"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현장에 친구들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현장에 친구들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김시형 인턴기]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장소 부근에서 상당 기간 거주하며 자주 통행해 해당 지역이 스쿨존으로 지정돼 있으며 초등학생이 평소 통행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음주 상태로 차량을 운행해 자신을 피해서 갈 거라고 생각한 초등학생을 충격했다. 전방 주시 의무와 안전 의무를 지켰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과 아홉 살에 불과한 어린아이가 자신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고,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식을 떠나보낸 유족의 참담한 절망감을 헤아리기 어렵다"며 "이 같은 음주운전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면 안 된다는 탄원서가 전국 각지에서 제출된 점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의 도주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A 씨는 사고 직후 인근에 있는 거주지 주차장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만약 도주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면 사고현장에서 직선거리로 16~21m 거리에 위치해 발각 가능성이 높은 주차장으로 들어가기보다 달아났을 것"이라며 "자신의 차량을 숨기려 했다면 주차장 내 깊숙한 곳에 주차했을 텐데 그런 행동 없이 문 가까이에 주차하고 7~8초 만에 나온 걸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A 씨가 사고 현장으로 돌아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점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또 재판부는 A 씨가 초범이고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유족은 "판결을 존중하지만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형량이 다른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이대로 가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른들이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오후 4시 57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스쿨존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B군(당시 9세)을 치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수준(0.08% 이상)인 0.128%였다. A 씨는 자택에 주차한 후 40여 초가 지나서야 현장에 돌아왔고, 목격자 신고로 병원에 옮겨진 B 군은 끝내 숨졌다.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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