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워싱턴대·부산대 장학금 혐의 집중 반박
현지 교수 증인신청…"비디오 신문이라도"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조 전 장관 측은 미국 현지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여러 혐의 가운데 조지워싱턴대학교 업무방해를 집중적으로 다투겠다는 모양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 등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비롯한 모든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이날 1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사항이 있고, 양형 역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아들 조모 군의 시험을 대신 치르는 방식으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문제삼았다. 조 전 장관 측은 "해외 대학에서 발생한 일이고, 해당 대학에서 제재조차 하지 않은 일을 한국 법으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건 너무 과도하게 (법리를) 확대 해석하는 건 아닌지 중요하게 다툴 것"이라며 "조지워싱턴대 담당 교수의 증언도 꼭 들어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담당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학부모의 온라인 퀴즈 참여 행위로 대학 성적 평가의 적정성과 공정성이 방해됐다는 1심 판결과 관련해 정식 시험이 아닌 온라인 퀴즈의 의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법정에 직접 출석을 요청하는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어렵다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따른 증인신문 절차를 거쳐서라도 이뤄지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인정된 조민 씨의 부산대 장학금 수령도 도마에 올랐다. 조 전 장관 측은 "장학금은 성인인 학생 자녀에게 지급된 것이라 피고인이 수령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장학금 지급 과정에서 피고인이 공직자의 신분을 취득했더라도 장학금의 성격이 갑자기 변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 등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새롬 기자 |
반면 검찰은 부산대 장학금 수령에 뇌물 혐의를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은 청탁금지법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는데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대법원은 구체적인 청탁이 없더라도 직무와 관련한 사람에게 금품을 받으면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 본인도 고맙다고 인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조 전 장관 부부가 함께 공모해 김경록(자산관리인) 씨를 통해 하드디스크를 은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앞서 법원은 정 전 교수 사건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고 대법원에서 확정했다. 1심 판결에서는 조 전 장관과 상의 없이 정 전 교수 혼자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실이 실재했다고 판단했지만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에 대한 직권남용 부분만 유죄로 인정하고, 금융위원회 관계자에 대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금융위 부위원장은 감찰까지 받았던 유 전 부시장을 당시 여당의 수석전문위원으로 보내도 되는지 문의했는데, 당시 민정수석실은 이견이 없다고 명백히 통보함으로써 이를 허용했다. 결국 유 전 부시장은 아무런 감찰과 고발을 당하지 않고 퇴직금까지 받았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사권이 방해됐다는 사실이 명백해 1심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 사건은 조 전 장관을 중심으로 청와대 감찰 무마와 가족 비리 의혹 두 갈래로 나뉜다. 기소는 2019년 12월과 이듬해 1월 각각 이뤄졌고, 1심 심리와 구형 등 재판 절차도 나눠 진행됐다.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중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도 위법하게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정상적인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부하 직원이었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가족 비리 의혹은 △사모펀드 관련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업무방해) △자녀 입시 관련 혐의(업무방해·사문서위조 등) △부산대 장학금 뇌물(뇌물수수·청탁금지법 위반)이다.
1심 재판부는 2월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를 유죄로 일부 판단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징역 4년을 확정받은 배우자 정 전 교수도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검찰의 입증 계획서를 받아 검토한 뒤 다음 달 19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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