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횡령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타이어 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조 회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회삿돈을 횡령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타이어 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 측이 첫 재판 절차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으나 이날 재판에는 조 회장도 출석했다.

조 회장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계열사에 유리하도록 단가를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5억여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있다. 조 회장은 법인 명의로 외제차를 구입하거나 리스하고 개인 이사·가구비를 대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사적 친분으로 담보 없이 계열사 자금 50억 원을 대여해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조 회장 측은 이사비와 가구비 등에 대한 부분은 사실관계를 인정하지만 횡령·배임을 구성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외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조 회장 측은 리한에 50억 원을 대여한 혐의에 대해 "리한이 당시 회사 사정이 어려운 건 사실이었지만 처가의 자력을 믿고 대여하면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변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시 경영자들은 대여를 원하지 않았으나 지인 회사라는 이유로 (조 회장이) 충분한 조처 없이 50억 원 대여를 지시했다"며 "조현범 피고인이 실무진의 의견을 묵살하고 대여에 이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배임 등 주요 혐의와 관련해선 법리 검토를 통해 심리해 나가겠다"며 "조 회장의 구속 기한 내 신속한 심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다. 다음 기일은 5월 17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재판은 6월 초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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