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에 "빨리 가도 XX" 폭언도…'부당'중노위 판정 취소
난폭 운전으로 70대 여성 승객을 다치게 한 버스 기사에 대한 정직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더팩트DB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난폭 운전으로 70대 여성 승객을 다치게 한 버스 기사에 대한 정직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시내버스 운송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정직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사 소속 기사 B 씨는 2020년 10월 △교통사고 발생 △교통법규 위반 △민원 유발 △회사 지시 위반 등의 이유로 정직 50일 처분을 받았다.
B 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기각당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해 구제받았다.
이에 A 사는 중노위의 부당 정직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A 사 측은 "B 씨는 2020년 3월~9월 단기간 난폭운전으로 9건의 민원을 받았고 피해 금액이 400만 원을 초과하는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며 교통법규 위반 행위도 했다"며 "정직 처분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양정기준에 부합한다"라고 주장했다.
A 사 조사에 따르면 B 씨는 급출발·급정거 등 난폭 운전을 하고, 건의하는 승객에게 "빨리 가도 XX, 늦게 가도 XX"이라고 폭언을 했다.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운행하다 보행자와 시비가 붙기도 했다. 2020년 8월에는 71세 여성 승객이 자리에 앉기 전 급출발해 피해 금액 402만 원상당의 부상을 입게 했다.
또 A 사 측은 과거에는 취업규칙을 어겨도 특별히 피해 금액이 무겁지 않은 이상 징계 처분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으나, 2019년 6월부터는 안전 교육을 시행해 징계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A 사의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며 중노위 판정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B 씨는 단기간 아홉 차례의 민원을 받았는데 대부분 난폭운전에 기인한 것"이라며 "민원을 받을 때마다 자필 사유서를 작성했음에도 운전 습관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또 "민원 내용 가운데에는 버스정류장이 아닌 도로에 정차해 승객을 하차하게 하거나, 아직 승객이 하차 중인데도 버스를 출발시켜 승객을 중대한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엄정한 처분이 요구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 사건 정직 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B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A 사가 2019년 7월 이전 소속 기사들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해 피해 금액을 불문하고 견책 처분을 한 점 등을 들며 징계 처분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사는 2019년 6월경부터 소속 기사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취업규칙상 징계양정기준을 설명하고 교통사고 발생 시 징계가 이뤄질 것임을 안내했다"며 "B 씨를 비롯한 소속 기사들은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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