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김용에 돈 준 시점 기억 못 해
유동규 "받은 사람이 잘 알지 않느냐"
검찰 "오래 전이라 기억 혼선 있을 수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 신빙성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수사가 유 전 본부장의 입에서 비롯돼 남은 수사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 14,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의 증언 신빙성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유 전 본부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지시로 김만배 전 기자에게 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를 2020년 4, 5월경이라고 기억했는데 이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20년 7월보다 이전 시점이다. 이에 재판부가 의문을 표하자 유 전 본부장은 "명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에게 수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지만 돈을 건넸다는 시점 역시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돈을 줬다는 2021년에서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에 김 전 부원장이 의문을 나타내자 유 전 본부장은 "받은 사람이 더 잘 알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뒤집힌 때가 구속기한 만료 석방 전후인데다 증거인멸교사 혐의 사건 재판에서 검찰에 불구속 수사 거래를 시도한 정황도 나온 바 있다.
이같은 유 전 본부장의 입장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재명 대표부터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수사 상당 부분이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당초 대장동 사건의 초점은 배임 혐의가 본류였지만 유 전 본부장이 진술을 바꾸면서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가벌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재명 대표부터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수사 상당 부분이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김용 페이스북·이동률 기자 |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판단하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신빙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뇌물 사건은 진술만 있는 경우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며 "사실이 아닌 것을 만약 자백했다면, 예를 들어 본인 혐의가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면 가벌성도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이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돈을 건넸다는 시점이 오락가락하는 것에 검찰은 "오래전의 일이라서 기억의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법정 증인신문의 경우 즉답 형식이라서 기억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남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이 대표를 대장동·위례신도시 사건으로 기소할 방침인데 당초 사건의 본류로 꼽혔던 428억 약정 부분은 빠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428억원이 빠진다면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신뢰성도 문제 된다. 428억원이 들어가 있어야 이 대표에 대한 사건이 전체적으로 연결이 되는데 배임의 고의가 입증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