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복권 대상 명단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예상된다. /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계열사의 불법 김치·와인거래에 개입했을 여지가 많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이 전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티시스'는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분 100%을 소유한 회사다. 외국산주류수입판매업체 메르뱅 역시 이 전 회장의 배우자와 딸이 지분 100%를 소유했다.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2014년 4월~2016년 9월 태광 19개 계열사에 티시스의 김치를 정상가격보다 높게 쳐주고 사들이도록 지시했다. 2014년 7월~2016년 9월 메르뱅의 와인도 상당 규모 매수하도록 했다. 각각 95억여원, 46억여원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이를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라며 과징금 21억여원을 물리고 이 전 회장에게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전 회장과 태광 계열사들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태광 계열사들의 청구는 기각하고 이 전 회장의 청구는 인용했다.

공정위의 계열사들에 대한 처분은 적법하지만 이 전 회장이 김치, 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전 회장이 위법한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봤다.

태광그룹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이 전 회장은 김치 거래로 얻은 티시스의 이익이 태광그룹 지배력 강화, 아들 경영권 승계 등에 기여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태광과 티시스의 거래는 지배구조가 걸린 중요 경영사항이므로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에게 보고할 대상이었고 티시스는 2013년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 전 회장이 티시스의 실적개선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전 회장은 '그룹 시너지'가 중요 평가항목으로 포함된 계열사 경영진 평가기준을 승인하기도 했다.

김치 거래와 같은 이유로 이 전 회장이 메르뱅의 와인거래에도 관여했을 여지가 크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태광 계열사들에게 패소 판결한 원심은 확정했다.

대법원 관게자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의 '관여' 의미에 대한 법리를 최초로 선언한 판결"이라며 "이익제공행위에 관한 특수관계인의 평소 태도 등 간접 사실에 따른 증명을 폭넓게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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