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억짜리 진실게임…유동규, 검찰선 "그런 사실 없다" 진술
입력: 2023.03.14 18:37 / 수정: 2023.03.14 18:37

김용 측 변호인, 지난해 10월 조서 제시
유동규, 번복 이유로 "다 털어놓기 겁 났다"


대장동 사업 지분 절반가량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유동규(가운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폭로 결심 한 달여 후에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상반된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선화 기자
대장동 사업 지분 절반가량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유동규(가운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폭로 결심' 한 달여 후에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상반된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장동 사업 지분 절반가량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폭로 결심' 한 달여 후에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상반된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을 열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뤄졌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증언 신빙성 중심으로 말씀드리겠다"며 "2022년 10월 13일 자 2회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피의자(유 전 본부장)는 김만배로부터 피의자 몫으로 대장동 수익금 700억 가운데 428억을 받기로 했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검찰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측 주신문에서 김 씨로부터 대장동 지분을 받아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쓰기로 했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김 씨가 약속한 지분을 받아오라'라고 요구하자 김 씨가 지분 절반인 700억 원 가운데 공통 비용을 제외한 428억 원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이 공개한 조서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피의자 외 이재명, 정진상, 김용도 428억 원을 받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아니다. 제가 받기로 한 적 없고 이재명, 정진상, 김용도 모르는 사실이다"라며 "제가 돈 받을 권한도 없다"라고 부정했다. 이 조사가 이뤄진 2022년 10월 13일은 유 전 본부장이 심경 변화를 계기로 '폭로'를 하게 된 2022년 9월 이후다. 유 전 본부장은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0일 새벽 석방됐다.

변호인은 조서를 바탕으로 '사실대로 진술하겠다고 한 이후인데 선별적 진술을 한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전체 사실을 털어놓는 게 그때까지는 두려웠다"며 "일부 시인하고 인정하기는 했지만 다 터놓고 말하기에는 망설여지고 겁났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본류 재판에서 모든 걸 증언할 부분"이라며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제가 답변을 거부해도 되지만 다 털어놓고 죄를 시인하고 있다. 사실을 밝히는 게 뭣보다 중요하다 생각하고 오해사고 싶지 않아서다"라고 덧붙였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이 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이 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변호인은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을 요구했다는 시기에도 의문을 표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이 경선 자금 20억 원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시기를 "2020년 봄 무렵"이라고 증언했다. 구체적으로는 "봄이 좀 지난 무렵이었다"며 "김만배에 전달하니 대선 정국이라 못 주겠다며 잘못해서 알려지면 자기도 죽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그 이야기를 꺼낼 상황이 아닐 것 같은데 명확히 기억해서 답변하라"라고 지휘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때였다. 정치적 명운이 걸린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경선 자금을 요구할리 없다는 의문이다.

변호인 역시 "재판장 말씀대로 이 대표 사건은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돼 당시 대선 경선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대법원 판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선 자금 20억 원을 요청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대법원 판결은 안 나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할 거라는(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돈을 전달한 방식을 주신문 때와 달리 증언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에게 총 3차례에 걸쳐 1억 원, 3억 원, 2억 원 순으로 돈이 갔고, 장소는 유원홀딩스 사무실이나 유 전 본부장의 집 앞 길 위, 경기도청 북측 도로였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건 2억 원을 전할 때다. 유 전 본부장은 "차를 타고 가서 내린 것 같기도 하고 걸어간 것 같기도 하다"며 "기억이 혼재돼 '여기서 두 번 만났나?'라는 생각도 했다. 슬리퍼 신고 걸어간 기억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주신문 때는 걸어갔다고 했다"며 잘라 말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의 답변에 방청석에서는 얕은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신빙성 판단은 추후 법관이 하겠다"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는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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