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어민은 대한민국 국민인가…재판 쟁점 부상
입력: 2023.03.12 00:00 / 수정: 2023.03.12 00:00

실무진 반대 의견내자 서훈 "그냥 해"
검찰 "북과 협력 위해 북송 결정"
재판서 탈북어민 지위, 귀순의사 등 공방 예상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이 2019년 탈북어민 2명을 나포하기 하루 전부터 이미 북송을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용희 기자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이 2019년 탈북어민 2명을 나포하기 하루 전부터 이미 북송을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이 2019년 탈북어민 2명을 나포하기 하루 전부터 이미 북송을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내부 의견에도 북송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은 살인 혐의를 받는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법령과 절차를 어겼다고 보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의용 전 실장 등의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 공소장에서 검찰은 2019년 11월1일부터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이 탈북어민들의 북송을 협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우리 해군은 어민들이 탄 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계속 넘으려 하자 퇴거 조치를 하던 시점으로 나포되기 전이다.

서훈 전 원장은 11월1일 김모 국정원 3차장에게 "동료 선원을 다수 살해한 흉악범이 남쪽으로 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사람들을 법적으로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나포 전부터 퇴거 조치 대신 북송부터 준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음 날인 11월 2일 나포된 탈북어민들이 거듭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당시 안보라인이 주도해 북송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서훈 전 원장은 11월1일 김모 국정원 3차장에게 동료 선원을 다수 살해한 흉악범이 남쪽으로 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사람들을 법적으로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헌우 기자
서훈 전 원장은 11월1일 김모 국정원 3차장에게 "동료 선원을 다수 살해한 흉악범이 남쪽으로 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사람들을 법적으로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헌우 기자

정의용 전 실장,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3일 진행된 중앙합동정보조사에서 어민들이 동료 어민 16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하자 강제북송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다음날인 11월4일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북송 여부를 결정했다. 검찰은 서 전 원장이 탈북어민들의 살해 혐의에 집중해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진행했고, 이들이 흉악한 범죄자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도록 이유를 준비했다고 파악했다. 국정원 실무부서에서 두 번이나 반대 의견을 냈지만 서 전 원장은 "그냥 해"라며 북송을 주도했다고 한다.

검찰은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의도로 당시 안보인사들이 근거가 없는데도 북송 결정을 강제했다고 분석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돼 남북관계가 경색될 국면에 처하자 문재인 정부에서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2019년 11월 25일 부산에서 개최될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한다는 친서를 11월4일 전후로 보낼 예정이었다. 어민북송은 북한에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였다는 해석이다. 검찰은 "법무부, 통일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치거나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최대한 신속히 강제 북송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2019년 11월7일 어민들은 결박된 채 북송됐다. 당시 정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속여 판문점으로 호송돼 이들을 북한군에 넘겼다. 어민들은 자해를 시도하며 저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송 사건의 쟁점은 탈북어민들의 지위와 귀순의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탈북민의 지위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이들이 살해 혐의를 받는 흉악 범죄자라도 국내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30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정 전 실장이 북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것을 잘 알았을 것인데도 북송을 최종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이선화 기자
검찰은 30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정 전 실장이 북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것을 잘 알았을 것인데도 북송을 최종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이선화 기자

공소장에 따르면 북송 결정 당시 법무비서관실도 "북한이탈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내 입국 이후 국적을 취득하게 돼 있는데 난민법 적용 시 범죄행위에 비춰 추방이 가능하나 북한에 대해서 난민법 적용이 불가하다. 남북 사이에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북한 보증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송환의 근거를 작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30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정 전 실장이 북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것을 잘 알았을 것이고, 이같은 내용을 보고 받았음에도 최종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정 전 실장은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외국인에 준하는 북한 공민 지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의 지위에 맞게 범죄 혐의를 받는 어민들을 추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 전 실장은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처벌을 피하고자 귀순을 주장했다고 보는 반면 검찰은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거듭 표현했지만 안보라인이 이를 무시했다고 판단했다. 북송 방침에 맞춰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도 '귀순'에 관한 내용이 삭제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귀순의 목이 불순하더라도 이들의 의사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따랐어야 한다고 본다. 일단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진정성은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정 전 실장, 서 전 원장, 노 전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서 전 원장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죄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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