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김용에게 쇼핑백으로 돈 전달"…재판부 "좀 이상해"
입력: 2023.03.10 00:16 / 수정: 2023.03.10 00:27

'이재명 측근' 김용 전 부원장 정치자금법 사건 공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만배 전 기자에게 천화동인 지분 절반을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과정도 상세히 밝혔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 증언의 신빙성을 따져묻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이날 법정 증언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 전 부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재선을 위해 의형제를 맺고 대장동 민간사업자 내정 후 김 전 기자에게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을 받기로 했다. 지분은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쓰기로 했다.

2020년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추지로 파기환송되자 정 전 실장이 본격적인 대선 준비를 위해 김 전 기자가 약속한 지분 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이어 김 전 기자가 지분 절반인 700억원 중 공통비용을 제외한 428억원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2~3월쯤 김 전 부원장에게 20억원가량의 대선 경선자금을 구해달라고 요청받고 남욱 변호사에게 돈을 요구했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남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추진하는 안양시 박달동 개발사업의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어 2021년 4월 정민용 변호사가 남 변호사에게 먼저 현금 1억원을 받아왔고 김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와서 찾아갔다는 게 유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6월에는 정 변호사가 5억원을 추가로 받아와 3억원을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결국 남 변호사에게 총 8억4700만원을 받았고 1억4000만원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썼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이 처음 1억원을 찾아간 상황을 구체적으로 따졌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골판지 박스가 들어있는 쇼핑백에 1억원을 외투에 숨겨서 가져갔다고 기억했는데 재판부는 "그게 좀 이상하다. 골판지가 있고 겉에 쇼핑백이 있으면 크기가 좀 된다. 그걸 구긴다고 외투 안에 들어가는가"라고 되물었다. 이후 김 전 부원장이 3억원을 역시 골판지 박스 3개에 담아 쇼핑백에 넣어서 가져갔다는 증언에도 "골판지 박스 3개가 쇼핑백에 들어가느냐"라며 그 과정을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페이스북·이동률 기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페이스북·이동률 기자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내용을 폭로하게 된 배경도 물었다. 재판부는 "신빙성에 관해 물어볼 부분이 있다"라며 "심경 변화를 일으킨 지난해 9월은 대장동 본 사건의 구속 기간 1년이 만료돼 석방 여부가 중요하던 시점인데, 태도를 바꾸게 된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26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 3회 조사 때부터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검사에게 진술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며 "김용에게 이재명 대선 경선 자금을 전달했다"라고 진술했다. 한 달 뒤 유 전 본부장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유 전 본부장은 "구속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캠프 쪽 윗분이 보냈다'라며 김모 변호사가 찾아왔다. 이후 김 변호사가 재판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언론에 이 대표에 관한 기사가 날 때만 접견을 와 '나를 구속하려는 건가' 의심이 조금씩 쌓였다"라며 "조금씩 쌓이다가 기폭제가 됐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변호사 선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김 전 부원장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 2명이 변호인으로 선임됐다고 본다.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와 민주당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특정 변호인을 붙여 감시했다는 의심이다.

이밖에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진술 태도를 바꾸기에 앞서 수사기관에서 구속기간 연장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등 협박이나 회유가 있었는지 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모두 부인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게 이 대표와의 관계를 계속 질문하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 없는 부분을 묻는 것은 조율해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는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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